원산지 표시를 떼어내는 수법으로 수입 쇠고기를 한우로 둔갑시켜 대량 유통시킨 수입업자들과 이를 알고도 소비자들에게 한우 고기로 속여 판 서울 강남 일대 유명 음식점 업주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경찰청 수사과는 11일 A미트 대표 이모씨(50) 등 쇠고기 수입업자와 유통업주 26명을 대외무역법 및 축산물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S가든 이사 김모씨(50),논현동 N공원 이사 윤모씨(56) 등 음식점 간부와 업주 9명을 사기혐의로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등 수입업자들은 미국산과 호주산 쇠고기 2700여t의 포장지에서 원산지 표시를 떼어 내거나 허위표기한 뒤 부위별로 재포장, 한우로 둔갑시켜 도매상과 서울시내 대형 음식점에 파는 수법으로 98년 10월부터 지금까지 모두 66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다. 이들은 통상 ㎏당 호주산 3000원, 미국산 4000원 가량인 수입육에 비해 한우가 9000∼2만3000원으로 2∼5배 비싸다는 점과 원산지 표시 검사가 표본추출방식이라 수입육 전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을 악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명 음식점 업주들은 수입 쇠고기인줄 알면서도 식당 간판과 메뉴판에 ‘한우 갈비살’ ‘한우 등심’ ‘한우 안창살’로 표시해 배 이상 비싼 한우로 속여 팔았다는 것.
신사동 S가든과 논현동 N공원은 간판이나 메뉴에 ‘한우’라는 표시는 하지 않았지만 1인분에 1만3000원에 불과한 수입 갈비를 한우 고기값인 2만4000원에 팔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적발된 9개 음식점이 수입 고기를 한우 고기로 속여 판 액수는 122억원어치.
이번에 적발된 어느 음식점은 ‘전남 모 지역에서 사육한 한우를 판매한다’는 안내책자까지 만들어 거짓 선전을 해온 곳도 있었다.
경찰 관계자는 “대형 음식점일수록 수입육을 파는 비중이 70%에 달할 정도로 수입육 비중이 컸다”며 “유명 음식점에서 한우라고 파는 고기는 대부분 수입육으로 생각해도 될 정도”라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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