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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안전지킴이]"학교앞 안전 엄마들이 지켜야죠"

입력 | 2001-06-11 18:46:00


“학교 앞을 지나다니는 운전자들이 어린 학생들을 모두 제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교통 사고를 많이 줄일 수 있을 거예요.”

서울 구로구 개봉동에 사는 주부 윤병애씨(43)는 자녀들이 다녔던 개봉초등학교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다. 재학생은 물론 졸업생, 선생님들까지도 윤씨만 보면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지난 8년간 녹색어머니교통대 회장을 맡아 매일 아침 학교 근처 횡단보도에서 교통 안전지도를 한 덕분이다. 지금은 자녀들이 학교를 졸업해 회장직을 내놓았지만 지금까지 아침 봉사활동은 계속하고 있다.

“93년 개봉초등학교에 입학한 큰 아들을 데리고 학교로 가는데 곳곳에 위험이 도사리고 있었어요. 학교 주변 도로로 차들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깜짝 놀라는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죠. 시간에 쫓긴 차량들이 과속을 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윤씨는 이 때부터 학부모들이 직접 나서서 아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학교 주변에 경찰들이 배치되기도 했지만 대로변 교통 정리에 바빠 이면도로쪽으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기 때문. 선생님들도 매일 나와서 등교하는 아이들을 챙기기에는 숫적으로 부족했다.

“학교에서 만난 다른 엄마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어머니교통대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어요. 학교측에서도 엄마들이 협조해주기를 원해 93년말에 교사 출신인 저를 회장으로 한 개봉초등학교 녹색어머니교통대가 만들어졌습니다.”

일단 조직이 만들어지자 엄마들의 참여도가 기대이상으로 높았다고 한다. 그동안 이심전심 걱정을 하던 엄마들이 아이들을 직접 보호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을 알고 너도나도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섰기 때문.

“어머니교통대에 참여한 어머니들은 교통안전지도 뿐 아니라 교통안전시설이나 표지판 개선 등에도 관심이 많았죠. 회의를 할 때마다 각종 교통시설을 신설하거나 고쳐야 한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뤘습니다.구청이나 경찰에 공식적으로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많았습니다.”

녹색어머니교통대의 지속적인 민원 제기로 개봉초등학교 주변은 98년 과속방지턱, 차도와 분리된 보행자 전용 보도 등을 갖춘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으로 지정됐다. 이로 인해 교통 사고 발생 건수가 거의 절반 이상 줄어들기도 했다. 적극적인 모성애가 발휘된 셈.

“엄마들이 직접 나서니까 구청이나 경찰에서도 그런대로 협조를 해주는 편입니다. 그러나 아직도 횡단보도 선이나 차선 도색처럼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 구청과 경찰의 번거로운 행정절차 때문에 늦어지는 경우가 다반사죠. 복잡한 행정절차가 어린이들의 생명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공무원들이 깨달았으면 합니다.”

jinh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