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테러로 숨진 희생자의 인권에 대해서는 왜 아무도 묻지 않나."
1970년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러시아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82)이 사형제도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나섰다. 그는 9일 러시아 관영 RTR방송과의 회견에서 "국가와 사회를 테러리즘으로부터 지키기 위해서는 사형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는 테러를 분리독립운동의 주요 수단으로 삼고 있는 체첸 반군을 겨냥한 것. 체첸자치공화국은 러시아로부터의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게릴라전을 펴는 한편 러시아 전역에서 폭탄 테러와 인질극 등을 벌이고 있다.
구 소련 시절 저명한 반체제 운동가로 '수용소군도'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권리를 짓밟는 전체주의의 잔혹성을 폭로했던 솔제니친이 사형제를 옹호하고 나선 것은 뜻밖의 일. 그는 "인권도 중요하지만 사회를 보호하려는 '사회의 권리'도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러시아의 사형제 폐지를 요구하는 유럽연합(EU) 등 서방에 대해 "자신의 도덕적 기준을 러시아에 강요하지 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법적으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으나 96년부터 사형집행을 중지하고 있다. 유럽회의에의 가입으로 인권협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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