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을 전후해 군과 경찰에 의한 양민학살 사건의 현지 조사 보고서가 피해자 명부와 함께 국회 의안과 지하문서고에 방치돼 있다가 40여년 만에 발굴됐다.
민주당 전갑길(全甲吉) 의원은 국회 사회 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 앞서 11일 제4대 국회 본회의(민의원) 결의에 따라 구성된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1960년 5월31일부터 6월10일까지 학살사건 현장에 조사단을 파견해 활동한 결과를 토대로 작성한 양민학살사건 진상조사 보고서와 희생자 명부 등을 공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남북과 전남북 및 제주 등 5개도, 42개 지역에서 조사한 결과 ‘공산 괴뢰에 악질적으로 협력한 민간인으로서 군작전상 부득이 살해한 자’를 제외한 순수 양민 피해자만도 경남 2892명, 경북 2200명, 전남 524명, 전북 1028명, 제주 1878명 등 모두 8522명에 이른다.
보고서는 또 ‘현재까지도 계속해서 각 지방에서 본 조사위원회에 보고해 오는 피해자 수가 증가일로’라고 밝혔다.
당시 특위는 이와 함께 △정부는 군 경 검 합동수사본부를 설치해 양민의 생명과 재산상 손해를 끼친 악질적인 관련자 및 피해자와 피해상황을 조속한 시일 내에 조사하고 △악질적인 관련자의 엄중한 처단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위해 ‘양민학살사건처리특별조치법(가칭)’을 제정할 것을 촉구하는 건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이듬해 5·16이 일어나 후속조치가 이뤄지지 않고, 이 보고서 등이 국회기록보존소에 이관되지도 않은 채 국회 의안과 지하문서고에 방치돼 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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