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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이래서 명작] 쥘 베른

입력 | 2001-06-12 10:08:00


"바다에는 전제군주라는 것이 없지요. 어떤 지배나 권력도 이 바다 밑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이곳에는 자주, 독립, 평화와 자유가 있습니다. 우리는 완전한 자유를 누리고 있습니다."

◇ 무한한 과학적 상상력을 가졌던 소년

근대 SF소설의 아버지라 불리는 쥘 베른은 1828년 프랑스의 항구 도시 낭트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호기심이 많았고, 바다와 여행을 좋아했다. 11살 때, 그는 이종사촌 누이에게 산호 목걸이를 선물하려고 부모 몰래 집을 나와 '코넬리호'라는 외항선을 타고 대서양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배가 강어귀의 항구에 닿자마자 그곳에서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붙잡혀 호되게 벌을 받았다. 쥘 베른은 그때부터 '이젠 꿈속에서만 여행하겠다'고 맹세했다. 그리고 이 맹세는 훗날 그가 작품 속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대학에서는 법률을 공부했지만 문학을 향한 동경을 버리지 못하다가 1850년, 첫 희극을 발표했다. 법률공부를 계속하기를 바랐던 아버지는 이에 격분해, 더 이상 생활비를 지원하지 않겠다고 했고, 이를 계기로 쥘 베른은 직업적으로 작품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나다르'라는 사람의 살롱에 다녔다. 자격증까지 있는 변호사였던 그는 업무보다는 사람들을 만나며 작품 구상하기를 좋아했다. 여행가였던 나다르 덕택에 살롱에는 여행가와 문학가들이 많이 모여들었다. 베른에게는 더 없이 좋은 장소였다. 그러던 중에, 나다르가 '무든'이라는 곳에서 '거인호'라는 기구를 건조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베른은 기구를 타고 아프리카 여행을 한다는 내용의 공상과학소설을 썼다. 그것이 바로 그의 첫 소설 《기구를 타고 5주일》이다.

사실 그의 소설 데뷔에는 아내와 쥘 에체르라는 사람의 공이 컸다. 베른은 여러 출판사를 돌아다녔지만, 어느 곳에서도 그의 소설을 받아주지 않았다. 이렇게 돌아다니길 무려 21군데...... 베른은 몹시 실망해서 소설을 난로에 버렸다. 그렇게 쓰고 싶던 글이었지만 까마득한 현실의 벽에 지쳐버렸던 것이다. 그러나 그의 아내는 베른이 버린 원고를 꺼내 그를 설득했고, 베른은 마지막으로 한 곳에 더 가보기로 한다. 22번째의 출판사는 바로 쥘 에체르가 운영하는 곳이었다. 그는 이름이 같다면서 베른을 좋아했고, 소설도 쾌히 출판해줄 것을 약속하였다. 22번째 만에 첫 소설이 출판된 것이었다.

베른은 훗날 '정신적인 아버지'라고 말하며, 에체르에 대한 그의 사랑을 표현했다. 에체르는 베른의 소설을 출판해주면서 1년에 3권씩 집필계약을 맺었고, 항상 베른과 함께 작품을 구상하곤 했다. 베른의 작품 대부분은 에체르가 운영하는 잡지에 개재된 후 단행본으로 발표된다.

이렇게 하여 발간된 소설이 생각 밖의 큰 인기를 얻자 베른은 《놀라운 모험 여행기》라는 일종의 시리즈 형식의 소설을 계속 발간하면서 거기에 과학적 근거를 두려고 노력했다. 그후 쥘 베른은 《해저 2만리》, 《80일간의 세계일주》, 《달세계 일주》와 같은 소설을 통해 끝없는 상상의 세계와 전문가 수준의 과학적 세계를 보여주었다.

현재까지 쥘 베른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작가들 중 하나지만, 그에 대한 연구는 너무나 미흡한 상태다. 그것은 비평가들이 그의 작품을 '소년 문학'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베른의 작품을 두고 문학사적인 의미에서 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쯤으로 생각했다.

◇ '꿈'을 다룬 과학자

11세 때 맹세했듯이 쥘 베른은 철저하게 '꿈속'에서만 여행했다. 그 당시는 지금처럼 자유스럽게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었다. 그는 1863년 《기구를 타고 5주일》로 첫 여행을 시작하여, 나일강의 수원(水原), 지구 중심, 달, 북극처럼 아직 사람들의 발이 닿지 않은 곳들을 '방 안에서' 여행하였다. 실제로 그도 여행을 그리 많이 하지는 않았다. 그러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미지의 탐험지를 재미있게 경험하고 그곳을 여행하고 싶게끔 만들었다.

쥘 베른의 작품은 여행 도중 과학의 놀라움을 느끼게 해주지만, 말이 안되는 것을 과학이라고 주장하거나 과학만능주의에 빠져들게 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그가 소설에 쓴 기계들은 허무맹랑한 발명품이 아니라 그 당시에 실험중이거나 가능성이 논의되던 것들이었다.

그런가 하면, 베른은 소설 속에 신화를 자연스럽게 삽입했다. 그의 소설에는 물, 불, 공기, 대지 등과 같은 원소들이 나오는데, 이는 신화소설의 특징과도 맞물리는 것이다. 또한 노틸러스호와 네모 선장은 노아의 방주와 노아와 비교할 수 있으며, 아로낙스의 끊임없는 궁금함과 문제 해결은 스핑크스의 수수께끼와 비교될 수도 있다. 베른의 작품을 통해 우리는 신화소설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 내용을 간단히 말하자면

프랑스의 저명한 해양 물리학자인 아로낙스 박사. 그는 어느날 미국 해군성으로부터 미지의 바다 생물을 찾아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그는 미국의 순양함 링컨호를 타고 대서양을 거쳐 태평양으로 나가게 되나,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정체불명의 괴물에 배가 부딪혀 난파되고 말았다. 정신을 차린 아로낙스 박사는 그토록 찾아헤매던 괴물이 사실은 사람이 만든 잠수함이라는 것, 그리고 이제 다시는 육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렇게 해서 아로낙스 박사와 상상할 수 없는 엄청난 능력을 지닌 괴잠수함 '노틸러스호', 그것을 지휘하는 정체불명의 사나이 '네모'함장과의 만남이 이루어진다.

이제 아로낙스 박사의 해저여행은 시작되었고, 국적도 배경도 알 수 없는 네모 함장은 그를 바닷속 신비의 세계로 인도하여, 상상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과학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었다. 산호로 이루어진 바닷속의 숲과 난파된 배, 그 속의 보물, 잃어버린 도시 아틀란티스, 남극의 얼음 터널...... 실로 그가 겪게 되는 바닷속에서의 일들은 신비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네모 함장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다시는 육지로 돌아가지 않을 것임을 알리고, 박사와 일행은 8개월의 여행 끝에 육지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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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주진선

상명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통역 및 프랑스 관광성 한국 사무소에서 근무했다.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대학원 불어과 석사 3학기 과정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