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을 반대한다 해서 해당 공무원에 대해 불법 계좌추적과 협박 회유가 있었다 하니 의료개혁 정책의 파행은 피할 수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나라당 윤한도(尹漢道) 의원은 12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현 정권이 98년 7월 의료보험통합과 의약분업을 반대하는 당시 보건복지부 기획관리실장 김종대(金鍾大)씨에 대해 수사상 목적이라며 김씨 및 부인 명의의 거래통장을 불법 계좌추적했다고 폭로했다.
또 99년 5월에는 김씨에게 자진사퇴하면 명예퇴직으로 처리해 명퇴금과 함께 퇴임 후 복지부 산하단체 부회장 자리를 보장해 주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직권면직을 하겠다며 회유와 협박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김씨가 사표를 거부하자 결국 99년 6월 특별한 사유도 없이 직권면직시켰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이에 대해 계좌추적은 김씨가 근무했던 식품의약품안전청 연구비 유용사건 진상을 파악하기 위한 것으로 의약분업 문제와는 상관이 없다고 해명했다. 명퇴 권유 등은 의약분업과 의료보험통합을 적극 추진하던 당시 차흥봉(車興奉) 장관으로서는 고려했을 방법이 아니겠느냐고 했다. 김씨는 분업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복지부의 해명이야 어떻든 분명한 것은 의약분업 정책 결정이 초미의 관심사인 시점에 김씨에 대한 계좌추적이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김씨를 반개혁 세력으로 매도하는 성명서도 나돌았다고 한다. 김씨 자신도 그런 일을 당한 사실을 시인하고 있다. 이에 대한 진실 규명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와 함께 우리는 다시금 의료개혁 정책결정과 추진과정의 잘못에 대한 본질적 책임 문제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윤 의원의 폭로는 정부가 대통령의 대선공약인 의료개혁 정책을 결정해 놓고 시급히 강행하기 위해 현장이나 실무진의 목소리를 의식적으로 묵살했다는 각계의 주장과 맥이 통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감사원은 건강보험재정 파탄에 대한 감사에서 의약분업 준비 소홀 및 대책 미흡 등을 문제삼아 복지부 실무자 7명의 징계를 요구했다. 공무원들이 ‘결정된 정책을 반대한 사람은 쫓겨나고, 실무를 수행한 사람은 징계를 당한다’며 반발한 것은 이해할 만하다. 의료개혁이 여전히 제자리를 찾지 못하는 까닭은 바로 정책의 판단과 결정에 반 개혁적 수단이 동원됐기 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