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 위기에 처한 황조롱이(천연기념물 323호) 일가족이 도심 한복판에 보금자리를 마련해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5월 초 성동구 마장동 공단 청사 20층 옥탑 부근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 암수 한 쌍과 알 5개를 발견했다고 12일 밝혔다. 이곳은 99년 6월에도 황조롱이 암수 한 쌍과 새끼 2마리가 둥지를 틀었던 곳.
이번에 황조롱이 일가족을 처음 발견한 공단 기획팀의 은현중씨(38)는 “주변에 먹이가 풍부한 재래시장이 있어서 황조롱이가 다시 찾아온 것 같다”며 “부화된 지 1개월이 지난 새끼 5마리는 현재 한창 날갯짓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황조롱이는 다 자랐을 경우 몸길이 33∼35㎝로 참새와 쥐 등을 잡아먹는 맷과 조류. 10여년 전만 해도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으나 최근 밀렵 등으로 거의 멸종돼 82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됐다. 한편 지난달 25일 공단 직원 이일재씨(33)의 부인이 네쌍둥이를 출산하자 공단 직원들은 “황조롱이가 ‘복(福)’을 물어다 준 것 아니냐”며 성금을 전달하는 등 이씨를 격려했다.
marudu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