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6일, 스탠포드 대학에서는 ‘무선인터넷과 모바일컴퓨팅’을 주제로 워크샵이 열렸다. 이 자리에는 실리콘밸리에 있는 기업은 물론, 세계에 각지에서 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발표내용은 매우 흥미로웠다. 특히 발표자명단이 호기심을 끌었다. 거기에는 인터넷기술의 창시자인 UCLA의 레오나드 클라인록(Leonard Kleinrock)교수가 포함되어 있었다. 60년대초인터넷의 핵심기술인 패킷교환을 생각해냈던 그가, 약 40년이 경과한 지금 무슨 얘기를 할지 궁금했다.
강연에서 그는 1969년 발표했던 컴퓨터 네트워크의 비전을 소개했다. “장차 컴퓨터 네트워크는 마치 전기나 전화와 같이 어디에서나 때를 가리지 않고 작동하는 서비스로 성장할 것입니다.” 웹 인터넷 덕분에 그의 비전은 현재 거의 실현된 듯하다.
그러나 그는 아직 실현되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지적했다.
컴퓨터는 아직까지 세계 어디를 가나 전기소켓에 꼽기만하면 작동하는 전기면도기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실제로 아직 아무 플러그에 꼽기만하면 작동하는 ‘Plug and Play’ 이동전화나 노트북은 없다.
더우기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자신의 사무실이나 연구실과 같은 수준의 컴퓨팅환경을 제공하는 서비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할 ‘Nomadic Computing’이라는 새로운 아키텍처을 제시했다. 아직까지 이에 대한 가시적인 결과는 없다. 발표자로 나선 글로벌 이동통신사업자 소내라(Sonera)의 리랜더(Relander)사장도 현실적 어려움을 지적했다.
“우리가 현재 당면한 문제는 2세대 이동통신기술에서 어떻게 3세대로 진화하느냐에 있지 않다. 2세대에서 4세대에 걸친 총 11.5(〓2+2.5+3+4)세대의 기술과 서비스를 동시에 다루어야 한다는 데 있다.”
클라인록 교수가 주장하는 ‘Nomadic Computing’의 비전이 언제 실현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차세대 e밸리 기업들은 현재 그 비전의 실현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도전적인 목표를 가지고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돗보이는 자리였다.
changsg@stanford.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