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고3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최대 관심사는 대학 수시모집이다. 하루라도 빨리 입시지옥에서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고3 교실은 온통 수시모집 열풍에 휩싸여 있다.
인천고에 다니는 아들 상필이도 Y대 의과대학에 원서를 냈다. 특별히 내세울 만한 특기나 경시대회 수상 경력도 없고, 성적이 그리 뛰어난 것도 아니어서 망설였지만 학교생활기록부, 학교장 추천서, 자기소개서 등을 갖춰 마감날 접수를 했다.
▼"면학분위기 흐트러질 것"▼
10명 모집에 316명 지원. 엄청난 경쟁률에 이미 마음을 비웠다. “떨어지더라도 미련 갖지 말고 2학기 준비에 최선을 다하자”고 다독거렸지만 한편으론 후회도 든다. ‘상처받고 슬럼프에 빠지면 어떻게 하나, 괜한 짓을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벌써부터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애들을 한번 더 고문하는 거다”, “대학들은 원서값이라도 챙기니 좋겠다”는 등 자조 섞인 말들이 나돈다.
건국 이래 처음으로 64개 대학에서 전체 대입정원의 2.7%인 1만118명을 뽑는 1학기 수시모집. 학부모로서는 그 후가 더 걱정이다.
먼저 교실 분위기. 이달 말이면 어떤 식으로든 1학기 수시모집 당락이 결정된다. 남은 학교수업이 의미 없는 합격생들의 태도가 문제다. 아직도 2학기 수시모집, 수능시험, 정시모집 등 넘어야 할 관문이 많은 고3 교실의 분위기가 걱정된다.
▼학생들간 불신 심해져▼
학생들간, 학부모들간의 불신도 심각하다. 수시모집 정원이 워낙 적은 탓인지 원서접수를 앞두고 서로 말이 없어졌다. 어떻게 해서든 한 명의 경쟁자라도 줄여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어느 대학에 지원했다고 먼저 말하기 전에는 묻지 않는 것이 ‘예의’처럼 돼버렸다.
한 친구는 자기소개서를 대신 작성해주는 사설학원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기소개서라는 것이 수험생들의 진실한 글을 통해 인성을 평가하고, 지원학과에 대한 소신이나 의지를 알아보기 위해 쓰는 것인데 남이 써주면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수시모집에서 탈락한 학생들의 기가 꺾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다. A대에 지원했다가 면접에서 고전한 아들의 친구는 스스로를 ‘희생양’이라고 부른단다.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에 당황해 진땀을 흘렸다는 그 아이가 “우리가 언제 학교에서 토론식 수업을 해봤나요?”라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차분히 2차모집-수능 준비를▼
요즘 신문지상에 소개되는 심층면접 문제를 보면 부모들도 숨이 막힌다. 어느 누가 ‘음식쓰레기가 하천의 생물학적 산소요구량을 변화시키는 방법과 이유’에 대해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너무 상심하지는 말자. 아직 기회는 많다.
우선 수시모집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를 찾아 80여일 남은 2차 수시모집에 지금부터 차근차근 대비하자. 에듀토피아(www.edutopia.com), 수시119(www.susi119.co.kr), 대학인포(www.daehakinfo.co.kr), 유니드림(www.unidream.co.kr), 한국대학발전연구소(www.u-well.co.kr) 등에 가면 꽤 괜찮은 정보들을 얻을 수 있다.
최정숙(47·인천 부평 산곡3동)haeban@chollia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