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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김건모 7집앨범 한달만에 60만장 "제2전성기 왔어요"

입력 | 2001-06-12 18:32:00


가수 김건모(33)의 주가가 치솟고 있다. 지난달 중순 발표한 7집 판매량이 한달만에 60만장(도레미미디어 집계)에 다가서고 있다. 가요 시장의 불황 속에서 김건모의 솟구침은 ‘가뭄 끝에 폭우’로 여겨지고 있다.

그는 이번 7집 발매를 계기로 ‘작심’이라도 한 듯 TV 활동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10여년만에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 등 아침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 하면, MBC ‘목표달성 토요일’의 ‘동거동락’에서 ‘못생긴 팀’의 주장으로 활동하는 등 TV프로그램에 자주 얼굴을 보이고 있는 것.

TV 출연은 김건모로서는 음반 판매를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도 있으나 TV제작진들에게 그만큼 ‘만능 엔터테이너’로 인정받고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한선교…’ 등 관련 프로그램의 제작진은 그가 출연하면 시청률이 상승하는 ‘김건모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렇지만 “김건모를 TV에서 너무 자주 봐 식상하다”는 비판도 있다. 김건모는 “시청자들에게 ‘주접’으로 비칠지 모르나 이것저것 재보고 골라가며 TV출연을 하는 것은 내 성격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동아일보사에서 사진 촬영을 할 때도 옆에서 지켜보던 팬들에게 쉴새 없이 농담을 던지며 익살을 떨었다.

새 음반은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백화점식 기획’이다. 타이틀곡 ‘미안해요’는 젊은 주부들에게, 댄스곡 ‘짱가’는 10대에게, ‘Y’는 힙합 마니아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고 ‘정’은 탤런트 오현경이 쓴 가사로 발매 초반 화제를 모았다. 이중 ‘미안해요’와 ‘짱가’는 김건모 바람을 이끄는 쌍두마차다.

‘미안해요’는 1980년대 중반에 나온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하수영)의 21세기 버전으로 통속적이고 가슴 찡한 가사가 특징이다.

‘그대는 나만의 여인이여/…/그대의 생일날 따뜻한 밥 한번 못사주고/ 나를 용서할 수 있나요/…/사는게 힘들어 모든 걸 버리고 싶었지만/그대의 뜨거운 눈물이 맘에 걸려 지금껏 살아요/…’(‘미안해요’ 가사 중에서)

이런 ‘애처가’는 가요계에 늘 있는 틈새 시장. 가수 김정수의 ‘당신’도 1991년 KBS 가요대상을 받을 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안해요’는 김건모가 애처가 수요층을 겨냥한 노래인 셈이다.

‘이소라의 프로포즈’의 책임 프로듀서인 박해선 부주간은 “도회적인 이미지의 김건모가 ‘아내에게 바치는 노래’를 불렀다는 점에서 특히 도시의 젊은 주부들이 관심을 갖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짱가’는 여러 장르를 섞은 퓨전 댄스곡으로 ‘미안해요’와는 노래 이미지가 180도 다르다. 이 노래는 전문가들로부터 “언급하고 싶지 않다”는 말을 들을만큼 혹평을 받고 있으나 10대, 20대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이태준씨(20·회사원)는 “노래가 단순하고 재미있는 후렴구가 신난다”고 말한다.

김건모는 상반된 이미지의 노래를 동시에 히트시키고 있다. 이런 경향은 2집 댄스곡 ‘핑계’와 발라드 ‘혼자만의 사랑’, 3집 댄스곡 ‘잘못된 만남’과 발라드 ‘아름다운 이별’이 동시 히트한 것과 유사하다.

음악평론가 강헌씨는 “국내 정상의 가창력을 가진 그가 가요 소비자층의 비주류인 주부를 겨냥하고 나선 점이 높이 평가할만하다”고 말했다. 팬들의 뜨거운 반응에 고무된 김건모 진영은 내심 ‘제2의 전성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