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로부터 나라를 지키자'
취임 후 첫 유럽 순방에 나선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12일 스페인 마드리드에 도착해 5박6일의 ‘가시밭길’ 일정을 시작했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호세 마리아 아스나르 스페인 총리의 목장에서 아스나르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미국이 추진중인 미사일방어(MD) 체제와 새로운 온난화 방지 대책에 대한 지지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순방 기간에 부시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유럽연합(EU) 및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각각 정상회담을 갖는다. 특히 14일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개최될 미-EU 정상회담에선 한반도 평화 및 화해 과정에 대한 논의가 주요 의제에 포함됐다고 EU집행위원회가 12일 밝혔다.
부시 대통령은 스페인으로 떠나기 전 백악관 연설을 통해 “미국은 지구 온난화 대처에 ‘지도적 역할’을 맡을 것이며 온실가스 축소를 위한 신기술 개발을 주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온실가스 방출 규제를 위한 교토의정서는 비현실적이라며 거부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 때문에 그의 유럽 순방길은 가시밭길이 될 것으로 외교소식통들은 관측하고 있다.
때맞춰 EU 집행위는 12일 ‘부시 대통령의 기후변화 연설에 대한 EU반응’이라는 성명을 통해 “미국의 제안은 종전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구체적 행동이 결여된 것”이라며 “교토의정서 거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또 게르하르트 슈뢰더 독일 총리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은 12일 프라이부르크에서 독일-프랑스 방위안보위원회를 가진 뒤 성명을 통해 “탄도미사일 비확산을 위한 다자간 협조체제를 강화해 EU가 이를 주도해야 한다”며 “미국의 MD는 각국의 반발을 사고 있다”고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의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도 잇따랐다. 마드리드에선 12일 수천명의 사형제도 반대론자들이 미국 대사관 앞에서 촛불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벨기에 브뤼셀에선 환경단체 그린피스 등 민간단체 회원들이 ‘스톱 부시! 지구를 지키자’는 등의 플래카드를 내걸고 미국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예테보리에서는 14일 약 2만명이 부시 대통령의 환경정책과 교토의정서 거부를 비난하는 대규모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