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개그우먼 이영자씨(34)가 운동만으로 살을 뺀 것이 아니라 지방흡입술을 받았다는 사실이 동아일보에 특종 보도됐다. 이영자씨 측에선 즉각 “지방흡입술을 받은 적은 있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대한성형외과학회는 “지방흡입술로는 3∼5㎏ 밖에 뺄 수 없다”는 성명서를 내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이영자씨 문제’를 제기한 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제11회 유럽비만학회’에는 각국의 전문가 2000여명이 참가했다. 이들은 체질량지수(몸무게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30 이상인 전신 비만 환자의 초기치료에 운동이 효과적이냐’를 놓고 격론을 벌였으며 이견을 좁히지 못해 거수 투표를 하기도 했다.
▽찬반 양론〓덴마크 RVN대 영양연구센터 아른 아스트럽 소장은 “비만 환자들은 치료 초기에 운동을 하다 넘어져 뼈가 부러지는 등 부상할 위험이 있다”면서 “운동으로 뺄 수 있는 칼로리가 극히 적기 때문에 운동이 별 도움이 안된다”고 주장했다. 운동만 하면 지방이 없어지는 대신 근육이 생기기 때문에 기껏해야 3∼6㎏ 밖에 뺄 수 없다는 것.
반면 핀란드 건강증진연구소 미켈 포겔홀 소장은 “초기 살빼기 단계에서 운동하면 몸 자체가 건강해지고 체중이 지속적으로 조금씩 빠지게 된다”면서 “무엇보다 운동으로 각종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고 운동옹호론을 펼쳤다. 거수 투표의 결론은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결론은 ‘운동은 생각 만큼 비만환자들의 살을 빼는데 도움이 안된다’였다. 비만 환자가 초기에 살을 빼려고 마음먹으면 우선 식이요법과 약물치료를 시작해야 하며 무리한 운동은 되레 역효과라는 것.
▽개그우먼 이영자씨의 경우〓이씨는 5일 기자회견에서 “지난해 5월부터 4차례 지방흡입술을 받았지만 효과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오로지 비디오에 나오는 운동 만으로 살을 뺐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살을 빼기 전 몸무게 98㎏에 키 170㎝이어서 『98÷(1.7)의 제곱』으로 계산한 체질량지수는 33.9으로 전형적 비만체형이었다.
유럽비만학회의 결론이 맞다면 이씨가 운동만으로는 살을 뺐다고 보기 힘들다. 이씨가 뼈를 깎는 노력으로 운동해 살을 뺀 것이 사실일지라도 의학적인 측면에서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다는 것.
비만학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씨는 지방흡입술로 지방세포의 수를 줄이고 식이요법과 운동을 병행해 10개월 만에 30㎏를 뺀 것으로 해석된다.
물론 이씨가 지방흡입술만으로 10㎏ 이상 빼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또 지방흡입술은 신체의 볼록 튀어나온 살을 빼는데 효과적이지만 전신의 살을 골고루 빼는데는 ‘글쎄요’다.
▽그렇다면 나는?〓서구에서는 체질량지수 30 이상, 우리나라에서는 25 이상을 비만으로 본다. 23∼25이면 과체중으로 보는데 이씨의 체질량지수는 23으로 정상이다.
유럽비만학회는 체질량지수 30 이상인 고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운동의 치료효과에 대해 격론을 벌였다.
이 학회에 참석한 인제대 의대 일산백병원 오상우 교수는 “체질량지수가 30을 넘지 않는 우리나라의 ‘경도 비만환자’는 심각한 심장질환 등 특정 질환이 없다면 운동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또 약물요법 식이요법 지방흡입술 등으로 뺀 살을 유지하는데도 운동 만큼 좋은 것이 없으며 과체중인 사람은 운동으로 비만을 예방해야 한다.
특히 요즘 의학계에서는 체내에서 에너지 역할을 하는 포도당을 세포로 옮기는 인슐린 호르몬의 기능이 떨어지는 ‘X증후군’을 당뇨병 간질환 심장병 뇌중풍 등 각종 성인병의 전단계로 보고 있다. 복부비만인 사람은 이 X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연세대의대 내과 허갑범 교수는 “X증후군은 체중이 가볍더라도 다리가 가늘고 다른 부위에 비해 배가 튀어나오면 나타나기 쉬운 증상”이라며 “다리가 뱃살을 이기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로 운동”이라고 말했다.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