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삼성의 마해영(31)과 롯데 강상수(30)는 ‘실과 바늘’처럼 붙어 다녔다.
부산고와 고려대 1년 선후배로 한솥밥을 먹었고 프로에서도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함께 뒹굴었다. 하지만 2월 마해영이 삼성으로 전격 트레이드되면서 이들은 더그아웃을 마주보고 싸워야 될 처지가 됐다. 지난해까지 마해영이 맡던 롯데 주장은 자연스럽게 강상수에게 건네졌다. 서로 다른 팀에서 뛰더라도 잘 해보자며 악수를 나눴던 마해영과 강상수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에 적극 가담해 구단으로부터 ‘미운 털’이 박혀 팀을 떠나는 처지가 된 마해영은 시즌 초반 부진에서 벗어나 ‘특급 해결사’로 자리매김했다. 11일 현재 순위표를 보면 삼성의 성적은 37승21패로 단독 선두. 마해영은 12개의 결승타를 작렬, 팀이 올린 승리 가운데 3분의1 정도나 책임졌다. 최근 20경기에서 올린 결승타만도 6번. 특히 팀이 6연승을 달린 지난주에는 딱 그 절반인 3차례나 결승타를 때려 승리를 이끄는 괴력을 떨쳤다.
8일 인천 SK와의 경기에서는 팀이 2-3으로 뒤진 8회 2루타로 승부를 갈랐고 10일 SK전 9회에도 왼쪽 희생플라이로 쐐기 점수를 뽑아냈다. 타율 0.303으로 23위에 머물러 있는데도 놀라운 집중력을 보이고 있는 것. 최근 5경기 타율이 0.556으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충실한 동계 훈련을 한 덕분이라는 게 마해영의 얘기. 마해영은 “지명타자로 돌면서 수비 부담이 없어져 체력을 비축할 수 있다”며 “기회만 생기면 언제든 한방 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마해영의 활약과 달리 기대를 모은 강상수는 영 맥을 못 추고 있다. 마무리 투수로 나섰으나 ‘불지르는 소방수’라는 오명을 듣다 중간 계투로 보직을 변경했고 급기야 6일 2군으로 떨어지는 비운을 맞았다. 컨디션 난조 속에서 지난 시즌 1.77이던 평균 자책이 6.43으로 치솟았고 23경기에 등판해 5패를 안았다. 고비에서 마운드에 올라도 오히려 번번이 안타를 내주거나 실점을 허용, 위기를 제대로 못 넘겼다. 최근 3차례 끝내기 홈런을 얻어맞고 씁쓸하게 마운드를 내려왔을 정도.
유난히 1점차 패배가 많아 꼴찌로 추락한 롯데 코칭스태프는 강상수의 부진에 가슴이 새카맣게 탔다. 마해영은 후배 강상수에 대해 “팀이 워낙 헤매다 보니 덩달아 흔들리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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