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이 12일 “개별 사업장별로 임단협을 조속히 마무리해 파업을 최소화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해 항공사 노조 파업으로 시작된 ‘하투(夏鬪)’가 장기전에 들어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13일부터 파업을 벌일 예정인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도 “서울대병원 등 대표적인 사업장 한 곳만 타결되면 다른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항공사노조 파업 등 한두 곳에서만 문제가 풀리면 이번 파업은 급속히 사그라질 전망이다.
이는 ‘하투’가 공동 요구사항을 관철하기 위해 동시에 시작하고 똑같이 끝내는 ‘총파업’보다 한 단계 낮은 수위인 ‘연대파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민노총의 전략〓민노총은 개별 사업장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파업 시기를 통일해 상승효과를 노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민노총은 비정규직 보호, 주 5일 근무제 도입 등 공동 요구사항을 내걸었지만 1년 이상 끌어온 문제들을 한꺼번에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 듯하다.
민노총 손낙구(孫洛龜) 교육선전실장은 “제도 개선 요구를 이슈화하지만 파업은 사업장 형편에 맞추는 것이 원칙”이라고 말했다.
민노총은 현대자동차 등 대형 사업장이 불참했기 때문에 더욱 큰 파장을 일으킬만한 ‘투쟁 동력’이 없다는 현실을 고려해 내심 확전을 원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노동계는 정부의 공권력 행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예년에 비해 ‘투쟁 동력’이 약한 상황에서 파업 주동자가 사법처리되는 사태가 발생하면 이에 맞설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효성 울산공장 파업을 경찰이 강제 진압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정부의 불법 행위에 대한 엄정 대처 방침이 이번 ‘하투’의 장벽이 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민노총 관계자는 “노조 간부를 체포하기 위해 대한항공에 경찰이 투입되면 사태가 심각해질 것”이라며 노사 당사자의 자율적인 문제 해결을 주장했다.
▽정부 대책〓정부는 ‘합법적인 노동쟁의는 최대한 보호하되 불법행위는 법에 따라 처리한다’는 원론적인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재계의 불법 노동쟁의에 대한 처벌 요구가 거세고 가뭄과 국가 신인도 추락 등 악재가 겹쳐 파업을 구경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임금 등 근로조건과 관련된 노사분규는 성실한 교섭을 유도하고 적법한 조정절차를 거치도록 하겠지만 불법행위는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은 12일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간부 14명에 대해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경희대병원 노사분규에 직권중재 결정을 내렸다. 노조원들이 공장 내 안전시설을 점거한 전남 여천NCC도 경찰이 진압할 명분을 확보해 놓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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