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없다는 이유 때문에 슬퍼해서는 안 된다. 시각장애인에게는 정상인과는 다른 세계가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최근호(18일자) 커버 스토리로 5월 24일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8850m)에 오른 미국의 시각장애 등반가 에릭 바히헨마이어(33)의 스토리를 다뤘다.
지팡이 2개와 앞장선 동료의 배낭에 달린 벨소리를 의지 삼아 산을 오른 그에게 에베레스트 도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고난의 연속이었다. 베이스캠프에서 제1캠프로 오르던 중에는 크레바스 속으로 미끄러져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행히 안전로프를 몸에 매고 있어 동료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일행은 코와 턱을 다친 그의 짐을 벗겨 셰르파에게 짊어지우려 했지만 그는 이러한 ‘배려’를 거부하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짐을 끝까지 지고 마침내 세계 최고봉에 올라섰다. 그는 “에베레스트 정상까지 ‘운반’되고 싶지 않았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등정 비용으로 25만달러(약 3억원)를 후원한 미국 시각장애인 연맹은 “바히헨마이어씨는 과거 헬렌 켈러보다 훨씬 더 큰 용기를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유전성 질병으로 13세 때 시력을 잃었다. 집안에 갇혀 지내는 아들을 보다 못한 부친이 등산길에 함께 데리고 다녔지만 중도에 포기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16세 때 암벽 등반을 하며 등반에 깊이 빠져들었다. 타고난 체력과 강인한 정신력을 가진 그는 이후 수많은 고봉에 올랐고 스카이다이빙도 몇 차례 성공하는 등 강인한 의지를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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