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가뭄’이라는 재해 상황을 이용해 논란이 일던 추경(追更)문제를 한꺼번에 밀어붙이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정부는 5월까지만 해도 추경예산 편성에 대해 ‘아직은 때가 아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국민건강보험 대책과 가뭄 대책 등을 감안할 때 추경예산 편성이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바뀌었다.
▽가뭄으로 추경 시비 잠들어〓추경 문제는 5월까지만 해도 돈을 풀어 선심성 정책을 편다는 야당의 공격을 받으며 정치 쟁점으로까지 번져 나간 예민한 사안. 당시는 야당뿐만 아니라 대다수 민간 전문가들이 ‘전형적인 선심 행정의 일환’이라며 강력히 비판하는 분위기였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 진념(陳稔)부총리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5월 7일 “현시점에서 추경예산을 편성하는 문제를 놓고 논의하는 것은 이르다”며 “5조원을 편성한다는 것도 공식 논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5월 5일 강운태(姜雲太) 민주당 제2정책조정위원장은 “추경예산 5조원 가운데 3조5000억원은 지방교부금으로 쓰고 나머지 1조5000억원은 건강보험 재정 보충과 실업 대책을 위해 쓸 것”이라고 단정한 바 있다. 당시 진부총리는 강위원장의 ‘앞서 가는’ 말에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노골적으로 불만감을 드러냈다.
▽추경예산 건강보험과 재해 대책에 집중〓11일 전윤철(田允喆) 기획예산처장관은 국회 답변에서 “세금을 걷어 남은 돈(세계잉여금)을 건전 재정을 위해서라면 빚 갚는데 우선 사용해야겠지만 국민건강보험 재정안정화대책과 당면한 가뭄 대책을 세우려면 추경 편성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해 걷힌 내국세의 15%를 배정하는 지방재정교부금 정산용으로 3조5523억원을 지방자치단체에 주고 국민건강보험(지역의보) 재정 지원에 7000억원, 의료보호 체불진료비로 6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또 올해 재해 대책 예비비로 7000억원을 잡아놨으나 겨울 폭설 대책에 이미 상당 부분 사용한 상태라 추가로 1000억원 이상을 쓴다는 것. 반면 5월초 추경 편성 요인이었던 실업 대책과 관련, 실업률이 예상보다 심각하지 않고 상반기에 예산을 미리 당겨 썼으므로 추경 항목으로 들어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 정부는 다음주 초 추경안을 마련해 이달 하순경 국회에서 통과시킬 방침이다. 추경 재원은 지난해 세금이 많이 걷혀 남은 세계잉여금 4조555억원과 한국은행 잉여금으로 국고로 납입된 1조원 등 5조555억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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