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 경영정상화가 복병을 만났다.
채권단은 이달말까지 2조9000억원의 자금지원을 마무리해 7월부터는 현대건설이 본격적인 국내외 수주활동에 들어가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해외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갖고 있는 생명보험사 등 2금융권이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 참여에 반대하고 있다. 또 신용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아 전환사채(CB) 7500억원을 발행할 계획이었으나 신보가 이를 거부하고 있어 난관에 봉착했다.
▽채권단, 2금융권 제외 안된다〓채권단은 2금융권의 참여를 전제로 13일 운영위원회를 열어 각 금융기관의 출자전환 및 유상증자 분담액을 확정짓기로 하는 등 당초 일정을 강행하기로 했다.
감자 및 유상증자를 결의할 현대건설 이사회가 14일로 잡혀있기 때문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2금융권이 자금지원을 하지 않고 무임승차를 한다면 현대건설에 대한 지원 명분이 서지 않는다”며 “절대로 예외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2200억원의 자금지원을 할당받은 2금융권은 요지부동이며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의 설득은 전혀 먹혀들지 않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중재에 나서야 할 상황이지만 ‘채권단 자율결의’ 원칙을 강조하며 개입하지 않고 있다.
▽정부기관이 안 움직인다〓3월말 채권단이 2조9000억원 자금지원을 결의할 때 이중 7500억원은 정부가 책임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신용보증기금은 “채권단으로부터 공식요청을 받은 바 없고 재정경제부에서도 지침을 받지 못했다”며 보증을 기피하고 있다. 즉 재경부에서 대기업 CB보증에 대한 예외를 인정해줘야 나설 수 있다는 것.
CB발행은 일반인들을 상대로 공모하도록 돼 있어 늦어도 15일까지는 구체적인 발행조건을 확정하는 절박한 상황이지만 정부기관은 묵묵부답이다.
현대건설 김창헌 부사장은 “CB 7500억원 발행이 안되면 6월말 현재 부채비율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높아져 국내공사 수주가 불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nirvana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