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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선물 풍산개 다섯마리 '외도 출산'

입력 | 2001-06-12 18:54:00


지난해 6·15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의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이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에게 선물했던 풍산개 암컷 ‘두리’가 정상회담 1주년을 앞두고 새끼 5마리를 순산해 화제.

과천 서울대공원측은 ‘두리’가 10일 오후 10시20분경 대공원 내 동물사에서 가슴둘레 21㎝, 길이 23㎝, 체중 500g인 수컷 5마리를 낳았다고 12일 밝혔다.

당시 김 위원장은 김 대통령에게 생후 2개월이 채 안된 흰색 풍산개 암수 1쌍을 선물했고 김 대통령은 ‘남과 북이 화해 협력해 나가자’는 의미로 수컷과 암컷의 이름을 각각 ‘우리’와 ‘두리’로 지었다. 이후 청와대에서 지내던 ‘우리’와 ‘두리’는 지난해 11월9일 살림집을 서울대공원으로 옮겼다.

대공원으로 거처를 옮긴 다음날인 지난해 11월10일경 첫 발정을 한 ‘두리’가 4월1일 두번째 발정을 하자 대공원측은 ‘우리’와 첫 교배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수컷인 ‘우리’가 성적 발달이 늦어 ‘합방(合房)’이 무산됐기 때문. 정상회담 후 한동안 순항하던 남북관계가 지지부진해진 정세와 무관치 않은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대공원측은 올 1월27일 북한 중앙동물원에서 들여온 다른 풍산개 수컷인 ‘코리’와 ‘두리’를 교배시키는 ‘고육책’을 냈다. 가까스로 새끼 순산에는 성공했지만 ‘외도(外道)’를 택한 아쉬움이 남았다. 북한측이 남북간 직접 대화보다는 미국과의 ‘직거래’에 매달리고 있는 요즘 정세와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느낌이다.

대공원측은 “지난해 정상회담 때 우리측이 북한에 보낸 진돗개도 두달 전 순산한 것에 뒤이은 경사”라며 “김 위원장이 서울을 답방할 경우 풍산개가 있는 대공원을 방문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공원측은 청와대와 협의해 새끼들의 이름을 지을 계획이며 23일경부터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할 예정이다.

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