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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가 흐르는 한자]減肥(감비)

입력 | 2001-06-12 18:54:00


60년대만 해도 배가 나온 사람을 ‘사장님’이라고 하여 다들 부러워했다. 참으로 어려웠던 시절이라 대부분은 깡마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지금도 北韓에서는 그런 사람을 選好한다는 이야기다.

또 하나, 肥滿을 選好하는 것은 民族性과도 관계가 있다. 지금도 남태평양의 民族들은 肥滿을 選好한다. 그래서 마음껏 먹고 體重(체중)을 불려야 美男, 美女 소리를 듣는다. 每年 선발대회에는 우람한 體軀(체구)의 선남선녀들로 붐빈다.

그러면 옛날에는 어떠했는가. 중국의 경우, 肥滿형 체질이 환영받았던 때가 없지 않았다. 唐나라 때다. 흔히 楊貴妃를 두고 ‘天下一色’이라고 하지만 지금의 美女와 같다고 생각한다면 큰 착각이다. 얼굴은 보름달에다 허리는 아예 드럼통이었다. 당시의 宮女圖(궁녀도)를 보면 하나같이 엄청난 肥滿形이다. 여기에다 둥근 부채나 琵琶(비파)를 안고 있는 모습은 매우 肉感的이다. 지금의 무게로 따져 다들 평균체중 70㎏은 족히 되었다.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男女를 막론하고 깡마른 체격보다는 그래도 웬만한 ‘규모’를 갖춘 사람을 선호했다. 生殖的인 기능과 勞動力을 고려한 때문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했을 때였으므로 쉽지 않았으며 더구나 肥滿은 상상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認識이 달라졌다. 여러 과학적인 검증 결과 肥滿이 壽命(수명)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진 탓이다. 곧 羨望(선망)의 대상에서 이제는 ‘健康의 敵’으로 바뀐 것이다. 여기에다 女性의 아름다움을 결정짓는 關鍵(관건)이 됨으로써 ‘살과의 戰爭’이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살을 빼기 위해 겪어야 하는 고통과 처절함은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다.

살을 빼는 것을 減肥라고 한다. 영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 보면 여주인공 스칼렛이 허리를 가늘게 하기 위해 무척 애쓰는 장면이 나온다. 한편 그의 흑인 시녀는 정반대의 체격으로 등장시킴으로써 묘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도 減肥열풍이 불었던 적이 없지 않았다. 唐나라 때를 제외하면 美女의 기준에 細腰雪膚(세요설부·가는 허리에 백설 같은 피부)가 강조되었기 때문이다. 옛날 춘추시대 楚(초)의 靈王(영왕)이 허리가 가는 여자를 좋아하는 바람에 굶어 죽은 宮女가 줄을 이었다고 한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미녀는 허리가 가늘어야 했던 모양이다. 한 연예인의 減肥 이야기로 시끄럽다.

鄭 錫 元(한양대 안산캠퍼스 교수·중국문화)

sw478@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