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의료진에 의해 개발된 ‘한국형 인공심장’이 말기 심부전증 환자에게 처음으로 이식됐다.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선경 교수와 서울대 의공학과 민병국 교수팀은 12일 말기 심부전환자인 홍모씨(47·경기도 의정부시)의 복부에 8시간의 수술을 거쳐 체내 이식형 인공심장을 이식했다고 밝혔다.
선 교수팀은 “수술 뒤 환자의 혈압과 맥박도 정상으로 돌아왔으며 인공심장도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고 말했다.
수술 성공 여부에 대한 판단은 며칠이 지나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수술을 받은 홍씨는 9년 전부터 확장성 심근증을 앓아왔으며 폐에 물이 차서 생기는 호흡 곤란과 간경화, 팔다리 부종으로 회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의료팀은 홍씨가 한달 이상 생명을 유지하기가 힘들 것으로 보고 보호자의 동의를 얻어 시술했다.
‘체내 이식형 인공심장’이란 펌프를 비롯한 기계장치가 완전히 환자의 몸 안에 이식되는 심장으로 지난해 8월 민 교수가 개발한 장치.
이날 시술된 체내 이식형 인공심장은 무게 600g, 직경 10㎝크기로 기존 심장의 좌심실, 우심실과 연결돼 심장 박동과 혈액 순환 기능을 대신하게 된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이날 수술이 엄밀한 의미에서 인공심장 이식 수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고전적인 의미의 인공심장 이식 수술은 환자의 심장을 떼어낸 자리에 인공심장을 이식하는 시술인 반면 이날 시행된 수술은 기존 심장의 기능을 돕는 ‘보조 인공심장’을 심는 국내외 여러 사례 중의 하나라는 반론이다.
서울대병원의 한 의료진은 “이번에 시술된 인공심장은 새로운 심장을 기증 받을 때까지 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임시조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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