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은 남북으로 길게 달리는 태백산맥의 동쪽에 위치하여 동해바다와 오대산 국립공원 등 수려한 자연경관을 지니고 있다. 지리적인 이유로 임진왜란이나 병자호란 등의 난을 겪지 않아 풍부한 문화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으며 주변에 경포대, 정동진, 안인, 송정, 연곡, 주문진 등 이름 난 해수욕장들이 있어 동해안에서도 피서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이다.
강릉지방의 대표적인 먹거리로는 동해바다의 풍부한 해산물을 바탕으로 하는 해물요리와 막국수나 감자옹심과 같은 메밀음식, 순두부 등을 꼽을 수 있다.
◇ 강릉시내 ◇
강릉시내 중앙시장 건물 2층의 해성횟집(033-648-4313)은 강릉의 대표적인 해장국인 삼숙이탕을 시원하게 잘 끓이는 집이다. 삼숙이는 강릉 앞바다에서 나는 볼품없는 생선이지만 매운탕을 끓이면 개운하고 담백해 이 지방에서는 최고의 해장국감으로 꼽힌다. 오도독 씹히는 쫄깃한 물렁뼈는 마치 아구를 먹는 느낌. 삼숙이와 명태 곤이를 같이 넣고 얼큰하게 끓이는 삼숙이탕은 속을 푸는 데는 그만이다. 알탕 또한 손색이 없으며 마른 명태볶음, 해초인 지누아리무침, 명란젓 등의 밑반찬도 소문난 맛이다.
감자옹심은 초당두부와 더불어 대표적인 강릉의 향토음식. 감자를 갈아 수분을 뺀 후 감자전분과 섞어 반죽을 해 동그랗게 옹심이를 빚어 칼국수, 메밀국수와 같이 멸치국물에 끓인다. 구수한 국물도 일품이지만 쫄깃하게 씹히는 옹심이의 맛이 여간 별미스럽지 않다. 단팥으로 소를 채우고 감자전분으로 빚은 감자송편도 맛이 독특해 몇 개 집어먹다 보면 금방 한 접시를 비우고 만다. 임당동 강릉 천주교 부근의 강릉감자옹심(033-648-0340)은 감자옹심과 감자송편 등 강원도음식 특유의 소박한 맛을 맛스럽게 만들어 내는 집이다.
강릉시내에는 가격에 비하여 푸짐한 상차림을 자랑하는 한정식집들이 여럿 있다. 구터미날 로타리부근의 고원한정식(033-648-6501)에는 7천원/1만원/1만3천원 세 종류의 상이 있다. 기본 7천원의 상만 하더라도 오징어회, 간장게장, 튀김, 불고기, 전 찌개, 나물류, 젓갈류 등의 20여 가지의 반찬이 따르는데 음식 하나하나의 맛이 모두 각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이 가격으로는 맛보기 힘든 푸짐한 상차림이다. 강릉시청부근의 옛날집(033-643 -8826) 또한 한정식과 영양돌솥밥으로 명성을 얻고 있는 집. 6천원 하는 한정식에는 각종 산채와 해물로 만든 맡반찬과 생선구이, 두부부침, 쌈, 전, 된장찌개 등 20여 가지 이상의 밑반찬이 한 상 가득 차려지며 여기에 1천원을 보태면 밤, 대추, 고구마, 콩, 은행 등을 넣고 오색 약수물로 지은 영양돌솥밥이 추가된다.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으니 미리 전화하여 위치를 정확하게 알아두는 것이 좋다.
강릉시내에서 경포대로 가는 길목, 강릉고등학교 주변에는 10여 곳의 순두부집들이 모여 유명한 초당두부마을을 이루고 있다. 집집마다 순두부 자체는 크게 맛의 차이가 없지만 밑반찬은 조금씩 특색이 있다. 이 곳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찾는 집은 초당할머니순두부(033-652-2058)와 원조초당순두부식당(033-652-2660). 두 집 모두 부드럽고 고소한 순두부로 초당할머니순두부는 묵은 김치, 무김치로 끓이는 구수한 된장찌개, 된장에 박아 맛을 낸 쌉쌀한 고추장아찌, 비지장 등을 밑반찬으로 내오는 반면 원조초당순두부식당은 묵은 김치로 끓이는 시큼한 김치찌개, 비지찌개, 묵은 김치 등이 나온다. 어느 집이건 담백한 두부와 잘 어울리는 강렬한 맛의 밑반찬이다. 이 두 집에 비하여 지명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다양한 밑반찬으로는 단연 소나무식당(033-653-4488)이 으뜸이다. 두부맛은 크게 차이가 없다는 전제 하에 된장찌개, 비지찌개 외에도 멸치볶음, 젓갈, 나물 등 7-8가지의 푸짐한 밑반찬이 훨씬 다양하게 차려진다.
경포대에는 수도 없이 많은 횟집이 있는 데다가 집집마다 소매를 잡아끄는 호객행위로 선뜻 한 집을 정하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 경포대에서 가장 유명한 횟집은 경포대 횟집촌의 부산처녀횟집(033-644-2828). 박정희 대통령이 단골로 찾던 집으로 식당이름도 직접 지어 준 것이라고 하는데 횟집의 규모가 너무 크다보니 바닷가 횟집다운 운치나 세밀한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지만 외지인들로는 불안감 없이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곳이다.
◇ 강릉주변 ◇
경포대 해수욕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인 사천 해수욕장부근, 뒷섬 해수욕장 앞에는 50여 곳의 횟집들이 모여 횟집촌을 형성하고 있다. 그곳에서 단골이 가장 많은 횟집은 해녀횟집(033-644-0156). 강릉에서도 손님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횟감이 신선하고 다양할 뿐 아니라 항상 성게알을 맛볼 수 있는 것이 이 집의 매력. 회를 시키면 그 자리에서 성게를 갈라와 그 속에 가득 찬 성게알을 맛볼 수 있다. 바닷내음이 입안 가득 퍼지며 입맛을 돋운다. 서비스음식도 주변의 횟집에 비하면 내용이 새롭고 알차다. 광어, 우럭, 도다리, 가자미, 멍게, 해삼 등으로 구성되는 모듬회는 둘이서 먹기에 적당한 것이 5만원 정도. 굳이 회를 시키지 않아도 성게알과 무채나물, 김가루를 넣고 비벼 먹는 성게비빔밥으로도 성게알을 맘껏 즐길 수 있다.
이 곳 사천 해수욕장에서 5분 거리의 연곡읍 내에는 유명한 동해막국수(033-662-2263)가 있다. 시원하고 국물과 구수하면서도 탄력이 살아있는 면발로 막국수의 고장인 강원도에서도 몇 손가락 안에 꼽아줄 만한 일미를 지니고 있다. 고소한 김가루와 깨소금을 듬뿍 넣어주는 것도 특징. 동해막국수 바로 앞에 있는 연곡꾹저구탕(033-661-1494)은 인근 연곡천에서 잡은 꾹저구로 끓인 꾹저구탕이 유명한 집이다. 주인이 직접 연곡천에서 꾹저구를 잡아 조달하는데 꾹저구와 감자, 마늘, 버섯, 파 등을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인 후 마지막으로 수제비를 떠 넣는데, 맛은 추어탕과 비슷하지만 기름기가 적어 보다 담백하다. 꾹저구란 연곡천과 남대천 일대에서 많이 잡히는 망둥어과의 민물고기. 안주감으로는 은어튀김이 별미다.
연곡에서 오대산국립공원으로 넘어가는 길목에 자리한 테마스토리(033-661-3672)는 강릉, 연곡 일대에서는 양식을 가장 잘 하는 레스토랑으로 정평이 나 있다. 목조의 서구식 건물인 레스토랑을 네 공간으로 나누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의 분위기에 맞게 장식을 하였다. 겨울의 방은 벽낙로가 있는 방에 대형 피아노가 놓여있고, 봄의 방은 젊음을 상징하는 색깔과 분위기로 꾸며 포켓볼당구대와 칵테일바가 있다. 식당 뒤로 흐르는 계곡의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식사를 할 수 있는 테라스는 한층 운치가 더하다. 이 집은 스테이크, 퐁듀, 타코 등의 양식을 내고 있는데 강릉의 특급호텔 양식당 수준을 능가한다는 칭찬을 듣는다. 또한 제철 과일을 냉동을 해 두었다가 사시사철 나오는 생과일 쥬스는 어디서도 맛보기 힘든 최고의 솜씨다. 200여 가지의 칵테일 또한 서울의 특급호텔과 견주어도 자신이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연곡과 주문진 사이의 작은 어촌마을인 영진항 입구에 자리한 유명한 영진횟집(033-662-7979). 그 동안 방송 등을 많이 타며 소문이 많이 나 영진항의 명소로 자리 잡았는데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고 횟감도 다양하여 인근 강릉에서도 많은 손님들이 찾는다. 모듬회(4만원/5만원/6만원)를 시키면 광어, 가자미, 숭어, 청어, 우럭 등의 횟감 외에도 근해의 해녀 작업장이 잡아오는 멍게, 해삼, 성게, 소라 등이 푸짐하게 같이 상에 오른다. 또한 싱싱한 오징어를 실같이 가늘게 썰어 오는 오징어회가 별미. 식사로 나오는 오징어물회, 해삼물회도 바닷내음이 물씬하다.
영진항에서 5분 거리인 주문진 항구의 주문진어시장은 특히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곳이다. 부두의 넓은 공터에서 펼쳐지는 어시장은 제법 규모도 클 뿐 아니라 공간이 여유로워 한가로이 어시장의 정취를 만끽하기에 그만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다양한 해산물을 보는 것만도 좋은 구경거리이지만 가격 또한 시중보다 30-40%는 저렴하다. 자릿새만 내면 이렇게 구입한 해산물 즉석에서 야외에 앉아 먹을 수 있어 갯내음을 맡아가며 싱싱한 회를 먹는 재미가 삼삼하다. 그러나 주문진 어시장의 모습이 늘 같은 것은 아니다. 어느 날은 그물에 걸린 집채 만한 밍크고래를 부두에 내려놓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도 신기하고 일찍 장사를 끝낸 아주머니들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갈매기 날개짓에 맞춰 부르는 흥겨운 노래가락도 어시장의 흥을 돋운다. 활기 넘치는 삶의 현장을 보는 듯하다.
주문진 어시장에서 나오면 바로 시장 앞 큰길에는 이른 새벽부터 어시장 상인들의 칼칼한 속을 풀어주는 여주해물해장국(033-661-2976)이 있다. 조개국물에 조갯살과 콩나물, 우거지를 넣고 된장을 풀어 끓이는 구수한 해물해장국과 부드럽고 고소한 황태북어국이 시원하게 속을 풀어준다. 시원한 동치미막국수와 돼지고기수육이 별미인 삼교원조동치미막국수(033-661-5396)도 주문진에서는 유명한 막국수집. 얼음을 둥둥 띄운 시원한 동치미국물에 구수한 메밀국수를 말아먹는 느낌이 한결 개운하다.
* 동해안 맛집 3편’은 동해안의 강릉 남쪽지역(정동진, 동해, 묵호, 삼척)입니다.
[eatncook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