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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어정쩡한 태도 불법파업 키운다

입력 | 2001-06-13 18:26:00


‘준법투쟁은 허용하고 불법파업은 엄단한다.’ 정부는 파업 전에는 ‘노사의 자율’을 내세우면서 뒷짐을 지고 있다가 파업에 돌입하면 ‘엄단’을 외쳐왔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두려운지 법에 따른 원칙적 대처를 외면해 왔다.

13일 민주노총의 연대파업이 이틀째 계속되면서 파업에 대처하는 정부의 능력이 문제라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정부는 양대 항공사 노조의 파업 직전까지 안일하게 지내다 막상 파업이 닥친 뒤 ‘엄정 대처’ ‘배후 세력 차단’ 엄포 등 ‘뒷북 전시 행정’의 구태를 보였다.

오장섭(吳長燮) 건설교통부장관은 12일 국회에서 “항공사 파업에 대비한 관계 장관 회의를 갖지 않았다”고 실토했다. 노동부는 11일까지 ‘항공사 노조가 조금 파업을 하다 풀 것’으로 전망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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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계 '파업이 능사'인가

가뭄과 경제난 속에서 파업은 국가 신인도를 떨어뜨려 국가경제를 멍들게 한다는 것을 다 알면서도 거의 모든 부처가 몸사리기에 급급했다.

정부는 △노동부의 현장 지도 △노사정위원회 △노동위원회의 중재 등 사전 해결의 제도와 수단을 갖고 있지만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노사정위는 비정규직 보호, 주 5일 근무제 등 노동계의 핵심 요구안을 떠맡고 있으나 진전이 없어 노동계의 불신을 키웠다. 민주노총은 아예 노사정위를 탈퇴했다.

노동위원회의 ‘책임 회피성’ 조치도 문제다. 교섭 내용이 충분치 않다며 ‘행정지도(조정신청 반려)’를 남발해 결과적으로 불법 파업을 만들어 낸다는 것. ‘노사의 갈등→노동쟁의→정부의 형식적 중재→파업→시민 불편 및 경제불안→뒤늦은 엄포→노사의 극한 대립→경찰투입→노정대립’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대책을 정부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불법파업 주동자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 받아 놓고도 ‘집행’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결국 어정쩡한 타협이 빚어지고 노조측에 ‘공권력 면역’이 생겨 불법 파업을 감행하는 사태를 빚는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국민의 정부가 민주노총을 합법화해 준 대가가 고작 연대파업이냐”고 비판하고 있다.

박윤배(朴允培) 중앙노동위원회 공익위원은 “불법파업은 노사의견이 접근되더라도 형사책임 문제로 마무리가 힘들다”며 “노동위원회가 운용의 묘를 발휘하는 대신 행정편의적인 지도를 남발해 법의 권위마저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문형남(文亨男) 산업안전공단 이사장은 “노사 갈등 초반에 정부가 적극 중재하고 개입해야 파장을 줄일 수 있다”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노사 양측의 불법 행위를 엄단하는 것이 파업의 확산을 막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kjs35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