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는 많은 주재원의 자녀들이 현지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러나 귀국한 뒤 국내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현지의 학교 공부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소위 특례입학시험을 치러야 하는데 해외에서 배운 것과는 무관하게 국내 교과수준으로 출제된다. 따라서 특례입학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현지에서의 학교공부는 소홀할 수밖에 없다. 특례를 위한 입시과목을 가르치는 곳은 유럽에는 한 군데도 없기 때문에 학생들은 외국에서도 과외를 받아야 한다.
해외 근무자의 최대 고민인 자녀의 대입 특례입학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길이 바로 ‘국제공통 대학입학자격’인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제도이다. IB는 스위스 제네바에 본부를 두고 세계 각국의 국제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고등학교의 정규 학사일정에 이 프로그램을 추가해 별도로 2년간 이수한 뒤 취득한 점수를 지망대학에 제시하도록 하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특례입학 제도이다. 일본은 이미 244개 대학이 이 제도를 받아들였으나 유독 아시아에서 한국과 중국만이 수용하지 않고 있다.
더구나 IB 과정에서는 한국어를 제1언어로 선택할 수 있어 외국소재 국제학교에서 한국어가 국제어로 채택되는 데 아주 유용한 제도이다. 그러나 국내 대학들이 IB를 인정치 않기 때문에 한국어 강좌가 개설되어도 수강생이 없어 기회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국제학교의 경우 일본어, 네덜란드어, 핀란드어, 스웨덴어 등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편성되어 있다.
한국 학생을 지도하는 국제학교 관계자들은 한국의 대학들이 IB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면 한국의 입시제도에 대해 의아심과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다.
IB제도의 교과과정은 결코 국내 교육과정에 비해 수준이 낮지 않다. IB자격 지원자들은 6개 그룹의 선택과목에 따른 시험을 치러야 한다. 6개 그룹은 제1그룹 모국어(영어, 독일어, 독학 모국어), 제2그룹 외국어(영어, 독일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제3그룹 사회생활, 제4그룹 과학, 제5그룹 수학, 제6그룹 예술 등이다. 이 밖에 이론을 100시간 이상 이수해야 하며 4000 단어 이상을 사용해 논문을 작성해야 하고 최소한 150시간의 사회봉사가 필요하다.
학생들은 IB본부에서 출제한 시험으로 평가되고 채점된다. IB제도를 수용한 대학은 원하는 과목의 성적 등 요구 수준을 제시하고 학생은 자신이 취득한 점수를 바탕으로 원서를 제출하면 된다.
국내 대학이 IB제도를 일부만 수용해 필요에 따른 과목을 요구할 수도 있고 모국어(국어)만을 요구할 수도 있다.
해외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정상적인 학교 공부에 충실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학들이 IB제도를 꼭 수용해야 한다. IB 수학자에게 특례입학을 위한 필기시험(논술 등)을 면제하거나, 면접에서 가산점을 부여하는 방법 등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심 제 택(주독일한국교육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