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된 땅나무늘보(위)와 매스토돈.
마지막 빙하기였던 1만∼5만 년 전 지구에서는 대형 동물들이 한꺼번에 멸종했다. 원인을 놓고 과학계에서는 빙하기 때문이라는 가설과 인간 때문이란 가설이 팽팽히 대립돼 왔다.
과학 권위지 ‘사이언스’ 8일자에는 인간이 동물을 닥치는 대로 사냥한 전무후무한 ‘킬러’였음을 입증한 두 편의 논문이 실려 한 세기를 끌어온 오랜 논쟁에 슬픈 종지부를 찍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마지막 빙하기 때 무서운 발톱을 지닌 캥거루 등 무게 45㎏ 이상 동물 24속 가운데 23속이 멸종했다. 멜번대 지질학자 리차드 로버츠가 이끄는 연구팀은 대형동물의 뼈가 무더기로나온오스트레일리아의지층28곳을 토륨-우라늄 연대측정법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이 묻힌 시기는 약 4만6400년 전으로 나타나, 인간이 오스트레일리아에 발을 들여놓은 시기인 5만6000년 전과 거의 일치했다. 반면 빙하기가 최고조에 이르러 오스트레일리아에 건조한 기후가 엄습한 것은 한참 뒤인 약 1만9000∼2만3000년 전의 일이다.
연구자들은 “오스트레일리아에 침입한 사람들이 사냥과 여행을 위해 숲을 불태우면서 큰 짐승들이 굶주리고, 여기에 사냥과 기후 변화까지 겹쳐 결국 멸종했다”고 추정했다.
한편 같은 시기에 북미 대륙에서는 큰 이빨 호랑이, 들소, 매머드 등이 사라졌다. 캘리포니아대(산타바바라) 존 앨로이 교수팀은 수렵채취인이 늘면서 동물이 한꺼번에 멸종했다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 사람과 초식동물 41종의 개체수 변동 관계를 모형으로 만들어 컴퓨터로 모의실험했다.
이 실험은 전체 41종의 초식동물 가운데 32종의 운명을 비교적 정확히 맞추어 ‘인간에 의한 과잉 살육’ 가설을 입증했다. 당시 41종의 초식동물 가운데 실제로 멸종한 것은 30종이다. 이 모의실험에서 30종의 동물이 멸종하는 데 걸린 평균 시간은 1229년. 이는 1만3400년 전 북미대륙에서 최초의 인류 거주 흔적이 발견됐고, 1만2260년 전 동물의 잇따른 멸종을 알려주는 화석기록과도 거의 일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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