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프리처드 미국 한반도평화회담 특사와 이형철(李亨哲)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 대사의 13일 뉴욕 회동은 양국간 ‘탐색전’의 성격이 짙다.
미국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 검토결과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타진할 필요가 있고 북한은 강경한 대북정책을 표방해온 부시 행정부가 과연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어 뉴욕 회동이 성사된 것으로 분석된다.
부시 대통령이 6일 대북대화 재개 의사를 밝힌 지 1주일 만에 이번 회동이 이루어진 것은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의외의 결과는 아니다. 콜린 파월 미 국무부장관은 7일 “프리처드 특사를 가까운 장래에 뉴욕에 파견해 북-미 접촉을 시작하겠다”고 이미 예고했다.
이번 프리처드 특사의 파견은 북한을 배려해 ‘외교적 예우’를 갖춘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통상 뉴욕 채널은 에드워드 동 국무부 한국과장과 유엔 주재 북한대표부의 이 대사 또는 이근 차석대사간에 이루어져 왔기 때문.
당초 미국은 프리처드 특사와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간의 비공식 접촉을 고려했으나 북한측은 “실 국장급인 프리처드 특사와 김 부상의 회동은 격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최근 북한의 유엔대표부와 접촉했던 워싱턴의 한 한반도 전문가는 “부시 대통령이 제네바합의의 이행방안 개선과 북한 미사일 프로그램의 검증 및 재래식 군비 문제 등을 제기하며 낮은 수준의 대화를 갖겠다고 한 데 대해 북한측이 매우 실망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 빌 클린턴 행정부 말에 북-미가 올브라이트 전 장관의 방북 등 고위급 회담을 통해 관계 개선 및 미사일 문제의 타결을 모색했던 것을 고려하면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북한측엔 상당한 외교적 후퇴인 셈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북한이 올해 최악의 가뭄으로 식량난이 더욱 악화될 것으로 우려되는 등 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어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거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기도 한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가 북한측에 제기한 안건이 까다로운 만큼 뉴욕 회동에 이어 본격적인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당분간 큰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워싱턴 외교가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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