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태어나 세 번 운다지만 지난 2년간 삼성 강동우(27)는 눈가에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정말 많이 울었습니다. 야구를 계속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감도 들었고 많이 억울하기도 했고요.”
그는 ‘억세게 운 없는 사나이’였다. 행운과 불운이 한꺼번에 교차한 98년. 경북고-단국대를 졸업하고 1차 지명된 루키 강동우는 타고난 야구센스와 빠른 발, 날카로운 방망이로 98시즌을 최고의 해로 만들었다. 쟁쟁한 스타들이 즐비한 삼성 막강 타선의 톱타자를 맡으며 시즌 타율 0.300에 10홈런 22도루 31타점.
현대 김수경과 함께 신인왕을 다툴 정도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강동우는 그해 병역면제의 혜택이 주어지는 아시아경기대회 출전 ‘드림팀’에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행운을 시샘한 운명은 단 한방에 모든 걸 빼앗았다.
98년 10월 대구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중견수 강동우는 LG 이병규의 타구를 잡으려 점프하다 펜스 사이에 다리가 끼는 바람에 정강이쪽 뼛조각이 비틀리는 중상을 입었다.
이 사고로 아시아경기대회 출전은 물거품이 돼버렸다. 더욱 기막힌 일은 야구를 계속 하느냐, 못하느냐의 불투명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
하지만 1년반의 재활을 거쳐 다시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지난해 말부터 삼성 유니폼을 입고 팬들에게 모습을 보인 강동우. 그는 “야구장에 다시 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지난 시즌 후반기가 재기의 디딤돌이었다면 올 시즌은 화려한 도약의 무대. 시즌 초에 루키 박한이에게 밀려 출전기회가 적었지만 대타로 나갈 때마다 날카로운 배팅실력을 보이며 드디어 5월부터 주전자리를 꿰찼다.
51경기에서 타율 0.317(139타수 44안타)에 3홈런 23타점. 특히 12일 LG전에선 연장 10회 끝내기 만루홈런(프로통산 3번째)의 드라마를 연출하는 등 6타수 3안타 5타점의 신들린 듯한 방망이를 휘둘렀다.
재활기간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해 신인이었던 98년보다 배팅에 힘을 많이 실을 수 있게 됐다는 강동우. 한껏 신이 나 있는 그는 요즘 ‘꿈인가 생시인가’하며 제 볼을 꼬집어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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