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씨름꾼’ 백승일(LG투자증권)과 ‘모래판의 황태자’ 이태현(현대중공업). 14일 개막하는 광양장사씨름대회에서 이들은 저마다 꽃가마를 타야 할 ‘명분’을 가지고 있다.
오랜 방황과 좌절을 극복하고 지난달 거제대회에서 백두장사에 오른 백승일은 이번 대회를 누구보다도 기다려 왔다. 전남 순천이 고향인 백승일에게 광양은 고향과 다름없는 ‘옆 동네’. 고향에서 벌어지는 대회에서 정상을 재확인하고 싶은 것이 백승일의 바람이다. 지난 대회에서 다리를 다쳐 훈련량이 부족했지만 중상은 아니어서 컨디션 조절에는 문제가 없다.
17세에 천하장사에 올랐던 ‘소년 장사’ 백승일의 성적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94년 9월 이태현과의 천하장사 결정전 이후. 당시 사상 첫 계체패의 멍에를 쓴 백승일은 갑작스레 의욕을 잃었으나 올해 어렵게 재기했다. 이태현은 천하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이후 승승장구, 씨름판의 황태자로 우뚝 섰다.
그러나 올해는 이태현 쪽이 어렵다. 지난 대회 백두급 결승에서 백승일에게 패해 준우승에 머문 것을 비롯해 준우승만 두 차례로 지난해 천하장사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올해 부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컨디션이 그다지 나쁜 것도 아닌 상태에서 김경수(LG투자증권), 백승일 등 복병에 잇달아 발목을 잡혔으니 답답할 만도 하다.
광양대회는 올해 전반기를 결산하는 대회. 이태현은 늦게나마 시즌 첫 정상 정복을 통해 천하장사의 위신을 바로 세우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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