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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여야 가뭄돕기 유감 "오라는 비는 찔끔 오고…"

입력 | 2001-06-13 18:34:00

' 바쁜 하루'


여야는 13일 국회 상임위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일제히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농촌 지역으로 향했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선 ‘일손 돕기’보다는 ‘언론 홍보’에 치중해 가뜩이나 주름진 농민들의 마음을 더 어둡게 했다.

▽민주당〓김중권(金重權) 대표는 당 관계자 90여명과 함께 경기 화성시 송림부락에서 2시간반 동안 모내기 작업을 도왔다.

마침 단비가 조금 내려 농민들이 “높은 분들이 오시니까 비가 온다”며 좋아하자 김 대표는 “지성이면 감천이듯 하늘도 감동해 비를 줄 것”이라고 격려했다. 그는 또 “양수기와 경운기가 부족하다”는 농민들의 호소에 “내일 당장 장비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7t 용량의 레미콘 55대에 실어 온 물을 나눠주는 과정에서 승강이가 벌어졌다. 부근 마을의 이장들이 미리 길목을 지키고 있다가 레미콘이 도착하면 서로 자기 마을로 끌고 가려고 다투었던 것.

일부 농민들은 “대로변의 논은 물이 부족하지도 않은데 높은 양반들이 와서 불필요한 물을 퍼주고 정작 필요한 곳에는 주지 않는다”, “이앙기로 30분이면 마칠 모내기를 아침부터 몇 시간 동안 북적거리며 사진만 찍는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한나라당〓이회창(李會昌)총재는 당 관계자 50여명과 함께 경기 광주시 실촌면에서 이앙기를 직접 몰며 모내기를 했다.

그는 농민들과의 즉석 간담회에서 “‘자조 후천조’(自助後天助)라고, 우리 힘으로 최선을 다한 후에 하늘이 도울 것이다. 오늘 행사가 여러분들을 오히려 번거롭게 할지도 모르지만 우리 정성의 한 표현으로 너그럽게 봐달라”고 말한 뒤 성금을 전달했다.

그러나 이총재는 당 행사에 참석한 뒤 출발한 데다 교통체증 때문에 당 관계자들보다 2시간 늦게 현장에 도착했다. 이 때문에 이총재가 모내기를 하도록 돼 있던 논은 이총재가 올 때까지 모내기 작업을 하지 못했다.

한 농민이 기다리다 못해 모내기를 시작하자 한 사무처 당직자는 “먼저 작업을 하면 총재가 와서 할 게 없다”고 말리는 장면도 목격됐다. 다른 사무처 당직자는 농민들에게 “총재가 오면 ‘총재님이 오시니 비도 오는 것 같다’고 말하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또 일부 당원은 이총재의 모내기 작업 도중 각설이 타령을 개사해 ‘남북 대표 이회창 총재 나오신다’고 노래했다.

▽자민련〓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당 관계자 100여명과 함께 경기 여주군 당진리를 찾아 박용국(朴容國) 여주군수로부터 브리핑을 듣고 금일봉을 전달했다. 박군수는 마침 가랑비가 내리자 “김 명예총재께서 방문하시니 드디어 비가 온다”고 말했다.

JP는 방한 중인 덩샤오핑(鄧小平) 전 중국최고지도자의 셋째 딸 덩룽(鄧榕)과의 오찬 약속 때문에 곧바로 상경했다. 농민들이 “농촌을 살려 달라는 말을 (JP에게) 전하려 했는데…”라고 아쉬워하자 당직자들은 “국제적 일정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한동(李漢東)국무총리는 경기 양평군 금왕리 일대를 찾아 농민들을 격려했다. 이 총리는 당초 강원 양구군 동면 일대를 방문하려 했으나 이 지역에 비가 내리자 방문지를 바꿨다.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