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끝난 제55회 전국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와 1500m에서 고교 및 실업팀 선배들을 제치고 ‘깜짝우승’을 차지하며 파란을 일으킨 ‘14세 소녀’ 노유연(간석여중 2)의 등장은 ‘꿈나무 발굴’과 ‘스포츠 과학’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좋은 사례다.
노유연은 99년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실시한 ‘꿈나무발굴대회’에서 선발된 80명 중 한명. 당시 체육과학연구원은 이들 80명을 스포츠과학적으로 다양한 테스트를 실시해 다시 발전 가능성이 높은 선수 13명을 선정했는데 이때 가장 유망한 선수로 꼽힌 게 노유연이었다.
당시 테스트를 담당했던 체육과학연구원 이종각 박사는 “노유연은 체격조건도 중거리에 알맞았고 특히 심장과 폐의 기능이 월등했다. 잘만 훈련시키면 좋은 선수로 성장할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노유연의 경우 심폐기능이 좋다보니 산소섭취량도 뛰어나고 피로회복도빨리돼 많은 양의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일반적으로 심한 훈련을 하고 난 뒤 피로를 유발하는 젖산이 절반으로 줄어들기까지 평균 25분이 걸리는데 노유연은 18분밖에 안걸렸다는 것. 노유연이 1500m에서 4분23초76으로 아직 한국기록(4분14초18)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제2의 임춘애’로 성장할 자질을 모두 갖추고 있다는 분석이다.
97년부터 매년 80명을 선발한 꿈나무발굴대회의 가시적인 성과는 지난해 5월 실시한 종별선수권대회부터 나타났다. 당시 42개종목에서 23명이 1위를 차지했고 40명이 메달권에 들었던 것. 결국 노유연은 이같은투자의결실인셈이다.
체육과학연구원은 유망주들에 대해 신경반응속도와 무·유산소지구력, 피로회복능력 등 40개항목에 걸쳐 테스트를 실시해 각 선수에 맞는 운동처방을 육상연맹에 보고했고 육상연맹은 현장 지도자들에게 전달해 훈련시키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관리면에선 부족한 점이 많다는 지적이다. 꿈나무로 선발된 선수와 지도자에게 지원금을 주고 있지만 선수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는 안되고 있다. 예를 들어 유망주에 대해 1년에 한번씩은 테스트를 실시해 보완해야 할 점을 찾아내야 하는데 선발 때 한번 한 것으로 끝나고 있다는 것.
이종각 박사는 “노유연도 싹은 보이지만 관리를 제대로 못하면 일찍 사그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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