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을 놓고 혼란에 휩싸인 인도네시아 정국이 대타협을 통해 안정을 되찾게 될 것인가.
압두라만 와히드 대통령의 측근인 모하마드 마흐푸드 국방장관은 12일 악바르 탄중 골카르당 총재 겸 의회 의장과 함자 하즈 통일개발당 총재를 만나 국민협의회 특별총회 이전에 타협을 이룰 수 있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의 최고 대학인 가자마다대의 이흐라술 아말 총장(59·사진)도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와히드 대통령이 사는 길은 정치적 타협을 통해 위기를 해결하는 것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정치학 교수 출신인 아말 총장은 인도네시아에서 존경받는 학자일 뿐만 아니라 정치 및 사회적 영향력이 높은 인물이다. 다음은 아말 총장과의 일문일답.
-와히드 대통령이 국민협의회 특별총회 개최 이전에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와히드 대통령은 좀더 빨리 타협 움직임을 보였어야 했다. 대통령과 반대 정파 사이에 진행 중인 협상이 타결되면 국민협의회 특별총회가 개최되더라도 탄핵 결의안이 상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반대 정파가 와히드 대통령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고 판단하면 정국 안정을 위해 오히려 특별총회 개최를 앞당겨 탄핵을 강행하려 할 것이다.”
-현재 군부와 경찰은 대통령에게 등을 돌린 것이 아닌가.
“인도네시아의 실질적인 정치력은 물리적 통제력을 가진 군과 경찰에 있다.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군부와 경찰은 정치적 중립을 선언했다. 그 후 그들은 지휘체계에 대해 정치인들이 개입하려 하면 강한 결속력을 보이며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최근의 경찰 항명 파동도 와히드가 적법한 절차 없이 경찰총장을 일방적으로 해임하려 한 것에서 비롯됐다. 와히드 대통령이 경찰을 자극한 것은 실수다. 경찰의 반발은 군부의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정국 불안과 관련해 인도네시아가 당면한 가장 큰 문제는 뭔가.
“정치의 불확실성은 국민들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특히 종족 갈등과 분리 독립 움직임 등 나라 안의 사회적 갈등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졌다. 과거 인도네시아에서는 공산주의를 둘러싼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소요가 발생했지만 지금은 이러한 이데올로기적인 요소도 없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린 젊은 계층이 점점 황폐화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 전망은 어떠한가.
“일자리가 부족해 할 일이 없는 사람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루피아화 가치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서민들의 가계는 갈수록 궁핍해지고 있다. 실업자가 늘어만 가는데도 물가는 큰 폭으로 오른다. 국민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정치가 안정되기를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 것뿐이다. 이런 시기에 한국 기업이 인도네시아에 투자를 확대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준다면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크게 개선되고 차후에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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