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년간의 망명생활을 접고 4월 귀국한 전 불가리아 국왕 시메온 2세(64)가 다시 정치 일선에 화려하게 등장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국민운동당(MNSⅡ)이 17일의 총선에서 승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선을 앞두고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 결과 MNSⅡ는 38%의 지지율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 이반 코스토프 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우파정당인 민주세력연합(UDF)은 17%, 구 공산당을 계승한 극좌 공산사회당(PSB)은 16%의 지지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메온 2세를 왕으로 재추대해야 한다는 응답은 15%에 불과해 불가리아 국민은 여전히 왕정 복귀에는 그다지 지지를 보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MNSⅡ는 시메온 2세의 귀국 직후 집권당인 UDF에서 탈퇴한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창당됐으며 시메온 2세의 인기에다 기존 다른 정당들에 대한 국민의 염증으로 상당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AFP통신은 12일 분석했다.
시메온 2세는 총선에서 자신이 이끄는 정당이 승리할 경우 사회당 정권 붕괴 이후에도 계속되고 있는 가난과 부정부패를 척결하겠다며 공무원의 임금 인상과 재정 흑자전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에 대해 집권 UDF측은 “시메온 2세가 실현 불가능한 환상을 국민에게 심어주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시메온 2세는 6세 때인 1942년 왕으로 즉위했으나 3년 만인 1945년 불가리아 공산정권 수립으로 스페인으로 망명했었다. 그가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총리직을 맡아 집권하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stern1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