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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증권사 '데일리' 읽는 요령

입력 | 2001-06-13 18:37:00


“증권사 추천종목은 믿지 말라”는 투자격언이 있다. 증권사가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큰 불신을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말이다다.

실제로 증권사 리서치센터가 투자자를 위해 작성하는 ‘데일리’에는 전문지식을 갖춘 애널리스트들의 ‘쓸모 있는’ 분석도 있는 반면 투자자의 눈과 귀를 가리는 애매한 분석도 적지 않다. 데일리를 읽을 때 무엇을 주의해야 할까.

▽시황〓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시차(時差). 데일리가 투자자에게 배포되는 것은 당일 오전이지만 시황 및 전망을 작성하는 시점은 하루 전이다. 밤 사이의 미국 증시 동향이 분석 대상에서 빠진다. 미국 증시의 영향이 지대한 국내 증시 특성상 이런 분석은 ‘단팥 없는 찐빵’이다.

또 시황 분석자들의 애매한 표현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이들은 “장이 안 좋다”는 이야기를 어지간해서 잘 쓰지 않는다. “횡보장세 속에 전고점 돌파 시도가 기대된다”고 적혀있다면 이는 전고점 돌파의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의미다.

“상승 모멘텀은 없지만 저가주 공략 전략은 유효하다” “시장 참여는 제한적인 수준이 좋지만 재료 보유 개별 종목 중심으로 단기매매는 유효하다” 등의 표현은 ‘장이 안 좋다’는 뜻으로, “물량 소화 과정과 장세 반전의 탐색 과정이 예상된다”는 말은 ‘나도 잘 모르겠다’는 뜻으로 해석하는 게 좋다.

▽종목추천〓스트롱 바이(Strong Buy·강한 매수 추천)를 받던 종목이 바이(Buy·매수 추천)로 하향 조정됐다면 사라는 이야기일까 팔라는 이야기일까.

목표주가가 3만원이었던 추천 종목의 주가가 2만5000원까지 올라 추천 기준이 스트롱 바이에서 바이로 하향 조정됐다고 가정하자. 논리적으로는 분명 5000원의 상승 여력이 있으므로 여전히 매수 추천 상태다. 그러나 속뜻은 ‘지금쯤 매도를 고려해 보라’는 뉘앙스가 강하다.

왜냐하면 데일리의 추천 종목 중 목표주가를 달성한 뒤 추천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 추천 제외 사유 중 가장 많은 것이 ‘시세 탄력 둔화’인데 이는 결국 목표주가를 잘못 설정했다는 고백이다.

또 한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추천 중 ‘셀(Sell·매도 추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셀은 해당 종목 주가는 물론 기업 자체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어지간히 용감한 애널리스트가 아니고는 내리기 어렵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바이에서 마켓퍼폼(Market Perform·주가가 지수의 움직임과 비슷하게 등락할 것이라는 추천)으로 하향 조정된다면 이를 ‘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차트 우량주〓데일리에는 기업의 실적이나 재료는 전혀 없이 ‘차트 우량주’라고 설명된 종목이 있다.

원래 주식투자에서 차트는 중요하다. 외국의 경우 선입견이 개입되면 안된다는 이유로 종목 이름도 보지 않고 차트만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그런데 국내 증시에서 차트 분석은 상당한 위험이 내포돼있다. 차트 분석이란 과거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근거로 현재 투자자들의 투자 패턴을 짐작하는, 즉 과거를 통해 현재를 예측하는 기법이다.

그런데 국내 증시, 특히 그 역사가 일천한 코스닥 시장에서는 과거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큰 참고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30만원대이던 새롬기술 주식이 6000원까지 떨어지기도 하는 변화무쌍한 곳이 우리 코스닥 시장이다. 동양증권 최현재 애널리스트는 “차트 우량주를 맹신하는 것은 위험하며 기업 실적과 재료를 함께 점검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