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동생 집을 방문했던 김모씨(여·미국 거주)의 물절약 수기 한 토막.
“독일인 남편과 살고 있는 동생의 성화 때문에 샤워도 한 번 제대로 못했어요. 샤워를 할 때는 먼저 물이 쫄쫄 나오도록 해서 빨리 몸을 적신 뒤 수도꼭지를 잠그고 몸에 비누칠을 하고 다시 물이 아주 조금 나오도록 한 뒤 얼른 몸을 헹구고….”
설거지를 할 때도 마찬가지. 한쪽 싱크대에 물을 받아 놓고 그릇을 담가 충분히 불린 다음 다른 쪽 싱크대에 물을 가늘게 틀어 ‘신속히’ 헹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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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은 물값이 비싸기도 하지만 후손들에게 충분한 자원을 남겨주기 위해 물을 절약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 이 수기에 등장한 독일인은 한국에서 손님이 와 샤워를 할 때마다 ‘쏴아아아…’ 하는 물줄기 소리에 안절부절못하며 계속 팔을 물어뜯는다는 것.
1인당 평균 물 사용량이 하루 500ℓ를 훨씬 넘는 미국은 물 풍요 국가다. 하지만 물 부족국가인 한국에서도 도입하지 않은 갖가지 아이디어를 활용해 물 절약을 유도하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주는 ‘절수카드제’를 운영,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각 가정에 전자계량기를 설치하고 월간 할당량이 기록된 절수카드를 구입해 계량기에 삽입해야 수돗물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할당량을 모두 쓰면 자동으로 수돗물이 끊긴다. 물을 더 쓰고 싶으면 새 카드를 구입해야 하는데 새 카드는 높은 누진율이 적용되기 때문에 비싼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물 사용량이 많은 계절에 하루 최대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수도요금을 비싸게 물리는 ‘계절 요율제’를 적용하는 지역도 있다. 또 수돗물을 용도에 따라 제한하는 곳도 있다. 숭실대 홍성호 교수(환경화학공학과)는 “미국 코네티컷주는 90년부터 주 법령에 의해 샤워꼭지는 분당 9.5ℓ, 소변기는 회당 3.8ℓ, 수도꼭지는 분당 9.5ℓ, 대변기는 회당 6ℓ를 넘을 수 없도록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절수기와 중수도 설치 확대, 수도요금 현실화, 노후 수도관 교체 등으로 2006년까지 7억9000만t의 물을 절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 같은 양은 섬진강댐 2개를 건설하는 것보다 큰 효과다.
하지만 지방자치단체와 국민의 동참 여부가 관건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국민이 물을 아껴 써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연간 10억t의 물이 낡은 수도관에서 새고 있으나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과 관심 부족으로 노후 수도관 교체 사업도 지지부진하다. 따라서 국민이 쉽게 동참하거나 물 절약을 강제할 수 있는 방안과 더불어 적극적인 투자가 시급한 실정이다. -끝-
yong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