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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지역 식수난 극심]하루 1.5ℓ식수로 일가족 연명

입력 | 2001-06-13 18:42:00


가뭄이 계속되면서 서해와 남해 섬지역 주민들이 극심한 식수난을 겪고 있다. 육지에서 생수를 보내주던 온정의 손길마저 끊겨 주민들은 하늘만 쳐다보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오전 전남 목포에서 뱃길로 2시간 거리인 신안군 흑산면 흑산도. 이 섬의 해군부두에는 수십 척의 어선이 마치 선상 퍼레이드라도 펼치듯 해군 급수선 옆에 늘어서 있었다. 흑산도 인근 수리마을과 다물도 어민들이 해군이 육지에서 실어온 식수를 공급받기 위해 일제히 모여든 것.

어민들은 급수선에서 물이 쏟아지자 물고기를 저장하는 어창(魚艙)에 호스를 집어 넣고 환호성을 질렀다. 어창에 물이 채워지자 어민들은 집에서 각자 들고 나온 플라스틱 물통을 들이대기 바빴다.

해군 목포해역방어사령부가 12일 오후부터 이틀간 주민들에게 공급한 식수는 390t.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지만 어민들은 그래도 며칠은 버틸 수 있게 됐다며 장병들의 손을 꼭 잡았다.

130가구 380여명의 주민들이 사는 다물도. 이 마을에 들어서면 골목길에 호스가 즐비하게 널려 있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마을 공동 우물물을 끌어다 쓰는 호스들은 이제 무용지물이 돼 버렸다. 심한 가뭄에도 끄떡없던 공동 우물이 20일 전 바닥을 드러냈기 때문. 지난달부터 20일에 한 번 수돗물을 공급받고 있는 이 마을은 뒷산 중턱에 있는 간이 상수원마저 마르기 시작해 조만간 ‘30일제 급수’를 해야 할 판이다.

이 마을 이장 강종실(姜鍾實·49)씨는 “쌀뜨물로 설거지하고, 설거지 물로 빨래하고, 빨래한 물도 그냥 버리기 아까워 채소밭에 뿌리는 생활을 한 달째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물도 인근 수리마을 주민들도 물전쟁을 치르기는 마찬가지.

10일에 한 번, 그마저도 급수시간이 1시간 정도에 불과해 물 받는 날이면 어장일도 내팽개치고 집에서 물 항아리를 채우느라 정신이 없다. 어장에서 만난 오정미(吳貞美·31·여)씨는 “한 가족이 하루 마시는 물을 1.5ℓ짜리 물통 하나로 정해놓고 있으니 이게 어디 사는거라고 할 수 있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현재 제한급수를 받고 있는 전남 섬지역 주민은 완도군 보길면의 보길도와 노화도 972가구 3900여명을 비롯, 19개 시군 1만3100여가구 4만여명에 이른다.

sh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