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 20여년간 망명생활을 해온 ‘한영길 사건’의 주인공 이유진(李侑鎭·62·사진)씨가 13일 귀국했다.
이번 귀국은 ‘이유진 선생 귀국 추진을 위한 모임’(공동대표 진관 스님·김경식 목사 등)의 초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이씨는 그동안 여러 차례 귀국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해 왔다.
그는 귀국 소감을 묻자 “마땅히 이루어져야 할 일이 이루어진 것이지만 죽기 전에 돌아와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국내에서 자전에세이 ‘나는 봄꽃과 다투지 않는 국화를 사랑한다’(동아일보사 펴냄)를 출간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 그는 자신에게 가해진 ‘공작원’ 누명의 진실, 망명생활의 애환, 귀국을 가로막는 국내 정보기관의 ‘준법서약’ 요구 등을 담담하게 서술해 눈길을 모았다.
이씨는 “지난해 10월 TV에 ‘한영길 사건’의 진상이 방영된 걸로 소명절차를 대신하겠다는 정보당국의 구두 약속이 있었지만, 그 뒤 무슨 이유인지 다시 귀국을 방해하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나는 프랑스 정부도 인정하는 민주 저항 인사인 만큼 한국 정부가 그에 합당하게 대해주길 바랄 뿐 더 이상 원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이씨는 한달 정도의 체류기간 중 서울 수유동의 노모댁에 묵으며 ‘나는 봄꽃과…’ 출판기념회, 사인회, 강연회, 민가협 초청 간담회 등을 가질 계획이다.1963년 프랑스 유학생활을 시작한 이씨는 1979년 프랑스에 망명하려는 후배 한영길씨의 도피를 도와주었다가 당시 중앙정보부가 ‘한씨의 어린 딸을 인질로 삼아 포섭공작을 벌인 북한 공작원’이라고 낙인 찍음으로써 가족과 함께 긴 망명생활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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