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게 늘어선 버스가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할인점을 연결하는 셔틀버스 운행 중단이 ‘초읽기’에 들어감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 주민들이 대책 마련을 호소하고 있다. 반면 행정당국은 예정대로 다음달부터 셔틀버스 운행 중단 조치를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방침을 거듭 확인하고 있다.
주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정부 규제개혁위원회가 지난달 25일 ‘대규모 점포에서 인근 지하철역 및 버스정류장까지 셔틀버스를 운행할 수 있다’는 협상안을 내놓았지만 주민들의 불만은 수그러지지 않고 있다.
▽실태〓서울에는 현재 38개 업체(백화점 23, 대형할인점 15)에서 셔틀버스 640대를 운행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민 강모씨(48)는 “아파트 단지별로 순환하는 셔틀버스를 무작정 없애기에 앞서 마을버스 노선 증설 등 대책이 세워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은 더 크다. 서울처럼 지하철망이 잘 정비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실상 ‘시민들의 발’ 역할을 해온 셔틀버스가 끊길 경우 큰 불편을 겪게 되기 때문. 9개 유통업체에서 97대의 셔틀버스를 운행하고 있는 일산신도시내 주민들은 셔틀버스 외에는 신도시를 순환하는 교통수단이 없어 버스를 이용할 경우 2, 3회 갈아타야 한다.
11개 업체가 셔틀버스 127대를 운행하고 있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는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마다 ‘셔틀버스 운행중지 반대’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내걸고 10만명의 서명을 받아 성남시에 제출했다.
분당 입주자대표협의회 고성하 회장(56)은 “셔틀버스는 아파트 단지를 구석구석 돌지만 시내버스는 늘어나도 단지별로 정류장 2, 3개씩 설치하는데 불과할 것이므로 주민이 불편을 겪게 된다”며 “신도시의 특수성을 감안해 일부 셔틀버스의 운행을 존속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건설교통부와 시 도 입장〓건교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시행령이 규제개혁위원회의 규제심사를 거쳐 현재 법제처의 심사를 받고 있어 다음달부터 예정대로 셔틀버스 운행중단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다음달부터 셔틀버스 운행중단 단속에 나설 계획이며 성남시도 이달 말부터 용인, 안양 등 인근 시 군을 오가는 셔틀버스 운행을 중단한 뒤 9월말까지 전체 셔틀버스 운행을 폐지할 방침이다.
▽백화점과 할인점 입장〓백화점협회측은 규개위의 협상안이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말한다. 서울의 경우 웬만한 곳에는 대중교통망이 연결돼 있어 노선연장 효과가 없다는 것. 백화점협회측은 헌법재판소에 셔틀버스 운행중단의 위헌시비를 가려달라는 헌법소원을 낸 상태로 이달 말 최종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백화점과 할인점측은 이번 조치로 인한 고객 감소에 대비, △자가용 이용객들을 위한 주차장 확보 △주문배달방식 판매강화 △고객에게 버스표, 지하철 티켓을 지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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