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 재동 화동 거리
서울의 골동품 거리가 바뀌고 있다.
서울 인사동이 ‘문화의 거리’에서 차츰 유흥가로 성격이 바뀌는데 실망한 고미술상들이 인근 재동과 화동으로 하나 둘 옮겨가면서 이곳에 새로운 골동품 거리가 형성되고 있다. 새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골동품 거리는 재동의 재동초등학교 부터 화동의 정독도서관 사이 약 500m.
현재 비원화랑 인화랑 등 두 고미술 화랑이 인사동을 떠나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아직은 두 곳에 불과하지만 최근 들어 이곳으로 옮기려고 가게를 문의하는 고미술상이 늘고 있다. 인사동의 학고재 화랑도 “인사동에선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다”면서 이곳으로 옮기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또한 최근엔 정독도서관 앞에 미술 월간지 ‘아트’ 사무실과 화랑이 들어서는 등 고미술상뿐 아니라 현대미술 화랑까지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사동을 떠나 이곳에 자리 잡은 비원화랑의 두규식 대표는 “인사동에 있으면 사람들로 붐비기는 하지만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부분 문화재를 잘 모르고 아이쇼핑을 하는 사람들이다. 그러나 재동으로 옮겨오고 나니까 분위기가 조용해서 좋고 또한 진짜 관심있는 골동품 마니아들이 찾아와서 좋다”고 말했다.
두씨는 “요즘엔 가게를 문의하러 오는 고미술상이 부쩍 늘었다. 우리 가게 옆에 올해 안으로 최소한 두 곳의 골동가게가 더 생기게 된다”면서 “인사동과 달리 단정하고 깔끔한 고미술거리로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 3월 재동으로 옮긴 인화랑의 한 직원도 “인사동에는 전통과 문화의 정취가 사라지고 그저 먹고 마시는 곳으로 변해 버렸다. 인사동에 있다보면 너무 정신이 없다”면서 “이제 재동을 알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늘고 있고 외국인도 적지 않다. 그래서 실제 매출은 인사동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학고재화랑 우찬규 대표는 특히 재동에서 화동으로 이어지는 이 거리가 옛 서울의 중심 거주지인 북촌(北村)의 한 가운데 위치한데다, 서울에서 인왕산의 풍경이 가장 잘 보이는 곳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그가 이곳을 두고 “기본적으로 전통 문화의 거리가 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말하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거리 바로 옆에는 국군기무사령부의 이전이 추진되고 있어 이곳이 문화공간으로 바뀔 경우, 재동 화동 거리의 변신은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곳의 약점은 주거용 건물들이 밀집해 고미술상이 들어설 만한 공간이 적다는 점. 그러나 두씨는 “이곳으로 옮겨오려는 골동상이 계속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이에 어울리는 건물들이 매물로 나오거나 개보수하는 사례도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