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우리보다 더 심한 가뭄에 허덕이고 있습니다.우리는 양수기는 물론 레미콘 차량이라도 동원할 수 있지만 북한은 양동이가 고작입니다.”
최악의 가뭄으로 한반도 전체가 곤욕을 치르고 있는 요즘 사단법인 국제 옥수수재단을 통해 익명으로 북한에 양수기 100대를 기증한 전북 익산시의 P농기계 제조업체 김모(47) 사장.
김사장은 “우리도 양수기가 모자라는 판에 북한에 보낼 양수기가 어디 있느냐”는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때문인 듯 자신의 선행이 알려지는 것을 극구 꺼린다.
그가 북한의 극심한 가뭄소식을 접한 것은 지난달 북한을 방문한 국제 옥수수재단 대표 인 ‘옥수수박사’김순곤씨가 찍어 온 사진을 통해서다. 오랜 가뭄으로 밭은 사막처럼 변해 있었고 옥수수 등 밭작물은 이미 50%가 수확을 포기해야 할 만큼 충격적이었다.
그는 “북한동포들이 기근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다시 최악의 가뭄을 겪게 됐다는 소식을 접하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최근 북한 상선의 영해침범 등으로 남북관계가 다소 소원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인도주의적인 차원에서 이들을 돕기로 마음 먹었다”고 말했다.
김사장은 가뭄으로 고통받는 우리 농민들도 외면하지 못해 모 방송사에 양수기 성금을 기탁하기도 했다.지난해 6.15 남북공동선언 직후에도 북한에 농기계 100점을 무상으로 기증했던 그는 88년 비료살포기와 농약방제기,곡물탱크등을 생산하는 농기계 제조업체를 설립해 중견업체로 성장시킨 기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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