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의 사회를 흔히 후기산업사회라고 한다. 후기산업사회의 주역이 산업이라는 것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 산업이 주역인 사회이고 그 산업은 기업이 주도한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해야 되므로 합리화, 조직화, 기계화돼야 한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되었다.
산업사회에서는 경제논리, 상업논리, 상품논리가 사회의 화두가 된다. 그래서 교육의 장에도 시장논리가 도입되어 교육자는 공급자요, 학생은 수요자라는 명제까지 수용할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을 상품처럼 등급을 매기는 경쟁논리도 어느 정도 사회의 흐름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간과하고 넘어갈 수 없는 고유의 사회 배경이 있다. 경제논리와 시장논리, 상품논리와 경쟁논리가 지배하는 사회가 건전하려면 그 밑바탕에 시민정신과 직업윤리가 확고하게 자리잡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이다. 시민정신과 직업윤리가 정착하지 못한 동양사회에 불어닥친 세계화 바람을 타고 시장논리와 경쟁논리가 고유한 사회배경에 부닥쳐 충돌함으로써 풍파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교의 색채가 강하게 남아 있는 한국에서는 시장논리와 경쟁논리가 유교적 인습과 유착되어 더욱 큰 부작용을 야기하고 있다. 주지하다시피 유교는 조상숭배와 족벌주의, 정실주의, 파벌주의 등과 관계가 있다. 더구나 한국의 고유신앙은 기복신앙이 주류이다. 이리하여 산업사회의 화두인 경쟁과 상업주의는 지역주의, 파벌주의를 한층 심화하고 개인주의를 조장해 각종 경제사건과 금융사고를 일으키고 집단이기주의를 조성하는 등 사회병리 현상을 키우고 있다.
이러한 사회병리 현상을 줄이려면 직업윤리와 인성교육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한 두 해로는 안되겠지만 빠른 시일 내에 건전한 시민정신과 직업윤리를 정착시켜야 한다. 시민정신이란 자유 평등 정의 평화가 의식의 주체를 이루는 것을 말한다. 서구사회의 밑바탕에 깔린 이러한 시민정신은 오랜 투쟁의 역사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시민정신이 사회의 주류가 되어 뒷받침하는 사회가 시민사회인 것이다.
조봉규(강릉 영동전문대 교수·직업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