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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피어스 브로스넌의 '그레이 올' '테일러…' 동시개봉

입력 | 2001-06-14 18:35:00


‘007 시리즈’의 제5대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피어스 브로스넌(49).

아일랜드 출신의 이 배우가 우리에게 낯익게 된 것은 국내 TV를 통해 방영된 외화시리즈 ‘레밍턴 스틸’(82∼87년)을 통해서였다. 그는 이 영화에서 탐정으로 등장했지만 ‘염불(수사)보다는 잿밥(여성 편력)’에 더 관심이 많은 유들유들한 캐릭터로 인상이 깊다.

무명에 가깝던 그가 95년 ‘007 골든 아이’에서 제임스 본드 역으로 캐스팅된 것은 이같은 말끔한 외모와 밉지 않은 바람둥이 캐릭터 덕분이었다.

그가 주연한 ‘테일러 오브 파나마’(The Tailor Of Panama)와 ‘그레이 올’(Grey Owl)이 23일 나란히 개봉된다.

두 영화에서 그가 부여받은 임무는 공교롭게도 악의 세력에 맞서 자유세계를 지키는 제임스 본드형은 아니다. ‘테일러…’에서는 사기와 여자 홀리기 등 본드의 반쪽만을, ‘그레이 올’에서는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으로 등장한다.

‘테일러…’는 재정적인 위기에 몰린 재단사의 거짓이 파나마 운하를 탐내는 열강의 탐욕으로 부풀려져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는 과정을 그렸다.

‘레오 더 라스트’ ‘서바이벌 게임’를 연출한 감독 존 부어맨은 흥미롭게도 정 재계 고위층의 단골 재단사를 통해 권력의 치부를 들여다 본다.

권력과 인간의 탐욕에 대한 풍자가 날카롭지만 코미디로 보기에는 덜 웃기고 스릴러라고 하기에 너무 뻔해 허전하다.

브로스넌은 대사관 부인과의 스캔들로 파나마로 쫓겨온 영국 첩보원 앤디역을 맡는다. 재단사 해리역은 ‘샤인’의 장애 피아니스트 헬프갓 역으로 감동적인 연기를 펼친 제프리 러시가 맡아 브로스넌과 연기대결을 벌인다.

재단사 해리는 죄수 출신이라는 과거를 숨기고 루이사(제이미 리 커티스)와 행복한 가정을 꾸리지만 빚 때문에 자신의 농장을 잃을 위기에 빠진다. 첩보원 앤디는 해리의 약점을 잡아 운하에 관한 정보 수집에 나서고, 해리는 돈을 위해 파나마 정부가 운하를 중국에 넘긴다는 거짓 정보를 꾸며댄다. 18세이상 관람가.

영화 ‘그레이 올’은 평소 환경운동에 관심이 많은 브로스넌의 경력을 모른다면 좀 엉뚱한 작품이다. 인디언 복장을 한 브로스넌의 모습이 코미디에 가깝기 때문.

이 작품은 백인임을 숨기고 인디언 혼혈인 그레이 올(회색 올빼미·피어스 브로스넌)로 행세했지만 환경보호에 공헌한 아치 벨라니의 자전적인 인생을 그렸다.

이 작품은 때로 자연의 풍광을 멋지게 펼쳐놓지만 영화보다는 ‘동물의 왕국’ 다큐멘터리에 가깝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12세이상 관람가.

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