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부모의 자식 사랑은 외국인이 보면 다소 기괴할 것이다. 20세가 넘기 전에 부모에게서 독립, 자신만의 인생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서구 젊은이들과 달리 한국에는 30세가 다 되어서도 부모와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리그의 우완 투수 김선우의 어머니가 이번 주 미국으로 떠날 예정이다. 미국 동부의 트리플A 인터내셔널리그서 뛰고 있는 김선우는 지난 4년간 홀로 생활해 왔다. 혼자서 차 구입도 결정했고, 묵을 아파트도 알아봤으며 가구도 직접 샀다. 그렇지만 먹거리만큼은 4년 내내 어쩌지 못하는 근심거리. 결국 김선우의 가장 큰 걱정을 염려한 어머니는 아들의 입맛을 돋우기 위해 몇 달간 체류할 결심을 하고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김병현 또한 어머니가 자주 미국에 들러 아들의 식탁에 풍성함을 더해준다. 김병현이 어머니 없이 그 어디서 맛깔스러운 전라도 음식을 맛볼 수 있겠는가. 국가대표 시절부터 김병현은 두 가지 이유로 동료들을 놀라게 하곤 했다. 하루 종일 잠을 잔다는 것과 보통 사람보다도 훨씬 입이 짧아 입에 대는 음식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니 어머니 최옥자씨의 속이 하루도 편할 리 없다. 사실 해외파 선수들의 ‘어머니 출장 부페’는 박찬호가 원조다. 박찬호가 메이저리그에서 풀타임으로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정동순씨가 로스앤젤레스에 상주해 입맛 까다로운 아들을 챙겼다. 박찬호는 승리 후 인터뷰 때마다 “승리의 원천은 어머니가 끓여주신 육개장”이라고 자랑했다. 얼마 전 올 시즌 6승을 따낸 뒤에는 메뉴가 바뀌었다. 경기 후 그는 주위 사람에게 “전날 매운 낚지볶음을 먹고 힘냈다”며 밝게 웃었다.
지난해 시애틀 매리너스에 입단한 좌완 투수 추신수는 특이하게 아버지 추영민씨가 현재 애리조나에 들어가 아들의 뒷바라지를 하고 있다. 부산 사나이 추영민씨는 2000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치러진 세계 청소년 선수권대회까지 쫓아오는 열성을 보이기도 했다. 다른 선수의 어머니가 아들의 ‘식생활 향상’에 노력하는 반면 추영민씨는 아들이 출장하는 마이너리그 경기를 쫓아다니며 고래고래 투박한 부산 사투리로 소리를 질러대며 응원부대로 활약하고 있다.
‘자식의 성공은 곧 나의 성공’. 물론 한국 선수에게 아버지의 격려와 어머니가 챙겨준 김치는 큰 힘이 된다. 그들이 고달프기로 소문난 마이너리그 생활을 버텨내는 것도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어찌 되었든 죽을 때까지 자식만을 바라보고 사는 한국 부모들의 ‘장외 감투’는 냉정한 미국 프로야구 리그에서 더욱 눈물겹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