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으로 101회째를 맞는 US Open은 오클라호마주의 Southern Hills에서 개최됩니다. 이번 대회는 다른 어떠한 US Open 보다 더 가혹한 대회가 될 수 있습니다. 바로 6월의 오클라호마 기후 때문이지요. 그 모든 가혹한 USGA의 셋팅에다가 이번에는 더위까지 겹쳐 있습니다.
오늘자 기온입니다
도시
기온
Tulsa (개최지)
93F
Pebble Beach (전년도 개최지)
84F
Manhattan, NY
82F
Houston, TX
88F
Atlanta, GA
84F
화씨 93도라면 섭씨로 33도에 육박하는 엄청난 온도입니다. 이런 찜통에서 경기를 해야 하는 것입니다. 바닷바람이 불던 페블 비치와는 또 다른 조건입니다. 지난 월요일 연습 라운드를 시작하기도 전에 마크 오메라의 티셔츠는 땀으로 흠뻑 젖어 있을 정도입니다.
US Open을 주관하는 USGA에서는 언제나 자신들의 격에 맞는 훌륭하고도 전통 있는 코스에서 대회를 개최합니다. 이번 대회도 예외는 아닙니다. 대회가 열리는 오클라호마주의 Tulsa에 위치한 Southern Hills는 Perry Maxwell이라는 다소 독특한 경력을 가진 코스 디자이너에 의해 만들어졌습니다.
1879년 켄터키 태생인 맥스웰은 오클라호마로 이주하여 한동안 은행의 출납계원으로 출발하여 부사장까지 역임하였습니다. 후일 정유회사의 지분을 사게 되어 돈을 모은 그는 40세가 되던 해에 부인이 세상을 뜬 후 평소 관심 있었던 골프 코스 디자인을 위해 미국 남부의 명코스들을 순례합니다. 설계를 정식으로 공부하지 않은 그인지라 도면을 그린 적은 없었으며 그의 큰딸이 스케치로 그려 주면 그의 처남이 실제로 코스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고 합니다.
이 코스는 다른 US Open이 열리는 장소와 마찬가지로 매우 가혹하게 셋팅이 되어 있습니다. 페어웨이의 평균 폭이 27 야드 밖에 되지 않으며 아주 빠른 버뮤다 그래스로 덮여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버뮤다 그래스는 무더위에 강하고 잘 자랍니다. 더군다나 Open을 위한 셋팅은 매우 가혹합니다. A 러프의 평균 길이는 4인치이며 B 러프는 1과 1/8인치로 깎여질 것입니다. 페어웨이의 잔디 역시 매우 짧게 깎는 것이 통상적인 Open 셋팅이므로 티샷이 조금만 비껴 나면 4인치의 버뮤다 러프에서 샷을 해야 합니다.
켄터키 블루 그래스의 경우 버뮤다 그래스처럼 마디가 져 있지 않기 때문에 같은 길이라면 블루 그래스가 버뮤다 보다 채가 빠지기 용이합니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버뮤다 4인치로 러프가 셋팅될 것이기 때문에 볼이 완전히 잔디 밑으로 가라앉을 것인데다가 클럽을 휘감아 버릴 것입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선수들은 볼이 일단 러프에서 빠지면 그린을 향해 직접 샷을 하는 모험을 감행할 수는 없다고 단언합니다.
이 코스에서 열렸던 58년 오픈에서 천하의 벤 호건도 러프에서 직접 탈출하려다가 질긴 버뮤다 러프에 손목을 다쳐 기권하였습니다. 질긴 러프와 높고 오래된 나무들을 감안할 때 대부분의 선수들이 pitch out을 할 것입니다.
이번 대회는 전장 6,973 야드입니다. 게다가 파 70임을 감안할 때 결코 짧지 않은 코스입니다. 파 3홀을 제외한 14개의 홀 중에서 5개는 좌측으로 휘어지는 도그렉이며 4개는 우측 도그렉입니다. 티샷에서 거리의 욕심을 낼 경우 잘못하면 깊은 러프로 빠집니다. 그러나 페어웨이를 지키겠다고 너무 안전하게 티샷을 할 경우 장타자가 아닌 선수들은 두 번째 샷을 롱 아이언으로 해야 한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즉, 장타자가 아니면 쉽사리 2번 아이언으로 티샷을 하기 쉽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코스에는 페어웨이 벙커가 많지 않으나 그린 사이드 벙커는 턱이 매우 높습니다. 폭이 매우 좁은 페어웨이와 긴 전장, 한번 빠지면 lay up을 할 수 밖에 없는 버뮤다 러프, 높고 오래된 나무 숲들 ,Stimpmeter로 11에서 11.5까지 나오게 될 유리알 그린, 깊은 벙커, 마지막으로 엄청난 더위… 이것이 이번 주부터 선수들이 싸워야 할 Southern Hills의 모습입니다.
유리알처럼 빠른 그린이 전매특허인 USGA 셋팅. 이번에도 어김없습니다. Stimpmeter로 11~11.5가 나올 정도면 상상을 초월하게 빠른 그린입니다. 그린이 이렇게 빠르다는 것은 이 코스의 경우 그린 뒷편으로 갈수록 오르막 경사임을 감안할 때 롱 아이언으로 어프로치하는 샷들이 길어지면 내리막 퍼트에서 항상 3퍼트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걸 말합니다. 따라서 거리가 길지 않은 선수들이 비록 티샷을 안정적으로 페어웨이에 떨군다 할지라도 반드시 세컨샷에 절대 유리하진 않습니다. 이 코스가 명문이란 것은 이렇듯 자신의 비거리에 관계 없이 누구에게나 fair한 기회와 응징을 부여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역시 우승 후보 0순위는 타이거입니다. 무엇보다도 그는 가혹한 컨디션을 이겨 내는 능력을 검증 받았으며 메이저 대회를 중심으로 모든 경기력의 초점을 맞추어 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고탄도의 샷은 코스에 적합하다’ ‘그의 강철 심장은 니클러스 이래 최고이다’
이 같은 어떠한 분석과 예상도 이미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린 타이거의 지난 매스터즈 우승을 보면 이번에도 그는 설명 필요 없는 우승 후보입니다.
이번 대회의 코스를 눈여겨볼 때 반드시 타이거에게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슬슬 나오고 있습니다. 일례로 이 코스엔 파 5홀이 2개 밖에 없다는 사실 역시 타이거에게 유리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5번홀은 655 야드입니다. 워낙 길기 때문에 비거리의 차이는 어차피 큰 변수가 안 될 것입니다. 따라서 매스터즈 대회에서처럼 파 5홀들에서 이미 타이거가 4타를 먹고 들어가는 잇점은 적어도 이 코스에서는 거의 없다고 보여집니다.
타이거를 제외하고는 항상 비슷한 선수들이 후보에 오르고 있습니다. 러브 3세, 싱, 엘스, 미켈슨과 두발. 이번에 특이한 것은 British Open 우승자였던 Justin Leonard를 꼽고 있다는 정도입니다. 최근 들어 볼과 스윙을 바꾸어 거리가 증가하였으며 텍사스 출신으로 남부의 가혹한 더위와 바람에 익숙하다는 게 그를 후보로 꼽는 분석가들의 의견입니다.
이번 대회에서 눈여겨 보고 있는 선수는 필 미켈슨입니다. 그 동안 수 차례나 우승 문턱에서 주저 앉았던 그가 지난 매스터즈 대회의 恨을 이번에 풀 수 있을지 흥미롭습니다. 미켈슨은 이 코스와 상당히 맞는 샷을 가지고 있습니다. 볼을 PRO V1으로 교체한 뒤에 그의 거리는 타이거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물론 금년 들어 타이거의 거리가 작년에 비해 9야드가 줄어서이기도 하지만…) 그의 정교한 숏 게임과 뛰어난 lob shot은 이 대회 우승을 위한 필요 조건입니다. 그러나 미켈슨이 메이저 무관의 한을 풀려면 결정적일 때 발생하는 터무니없는 티샷의 실수를 없애야 합니다.
어니 엘스와 리 젠슨이 이 대회에서 두 번씩 우승할 때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번 대회에서도 의외의 복병이 나올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 중 일부는 벌써부터 이 대회의 우승 스코어가 4언더 정도에서 판가름 날 것이라 말하고 있으며 바람의 영향까지 받을 경우우승 스코어는 이븐파까지 올라갈 것이라 보는 사람도 있습니다.
US Open은 그 어떤 메이저와 달리 가혹한 셋팅을 이겨 내어야 하는 샷 메이킹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으며 일찍이 말씀 드린 바 있는 Negative golf에 강한 이 가장 큰 요소로 작용할 것입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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