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타국으로부터 무력 공격을 받았을 경우에 대비한 ‘유사법제’ 정비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아사히신문은 일본 정부가 올 가을 임시국회에서 유사법제의 기본 구상을 밝히고 가능하면 내년 정기국회 때 법제화가 가능하도록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다고 15일 보도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총리는 5월 총리 취임 후 첫 소신 표명 연설에서 “국가와 국민에게 위험이 닥칠 경우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를 검토하는 것은 정치의 책임”이라며 유사법제화에 의욕을 보였다.
유사법제는 크게 나눠 △자위대 활동에 관련된 사항 △미군 활동에 관련된 사항 △자위대 및 미군과는 관계없는 국민의 생명 및 재산 보호를 위한 사항 등 세 종류가 있다. 이들 법안의 공통 목적은 외국의 침입을 받았을 때 도로 항만 물자 시설 등을 국가와 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미리 법률로 정해 놓자는 것.
방위청은 이미 77년부터 ‘법제화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는 조건 아래 상당한 연구를 해왔다. 법제화를 전제로 하지 않은 것은 이 법안이 사적 재산권을 침해할 소지가 많은데다 ‘전시동원법’을 제정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야당들의 반발이 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98년 북한의 대포동미사일이 일본 해역으로 떨어진 사건이 발생하면서 이 법안에 대한 논의가 다시 시작했고 지난해 3월 자민 자유 공명당의 연립 3당은 입법화를 전제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따라서 이번에 일본 정부가 본격적인 유사법제 정비에 나선 것은 ‘법제화를 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폐기하고 고이즈미 총리의 의지와 인기를 바탕으로 ‘숙원 사업’을 해결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7월 29일 참의원선거에서 자민당이 승리할 경우 이 법안의 법제화는 더욱 확실해진다.
일본 정부는 민간의 반발을 줄이기 위해 △헌법의 범위안에서 추진한다 △유사시에도 가능한 한 국민의 권리를 존중한다 △전수(專守)방위 원칙을 견지해 타국에 위협을 줄 수 있는 군사 대국화는 꾀하지 않는다는 기본 원칙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미 내각부는 방위청과 외무성 직원을 파견받아 입법화를 전제로 한 검토를 벌이고 있으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7월에는 경찰 총무 국토교통성의 직원이 이 연구에 합류한다. 방위청은 독자적인 연구팀을 가동해 유사법제와 기존 법령의 모순점 등을 조사하고 있다.
13일 자민당 국방부회도 “포괄적인 유사법제의 법안을 내년 정기국회에서 제출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아 정부 방침을 지원하고 있다.
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