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봇물처럼 쏟아지는 ‘세금 깎아주기’ 정책 및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규제완화에 대해 정부는 공식적으로는 “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부분적인 경기활성화를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및 건설교통부 등 경제부처 안에서도 이런 일련의 정책이 불러올 수 있는 ‘선심성 논란’을 부담스러워하는 공무원이 적지 않다. 올해 예산편성지침에서 “감세정책을 펼 때는 대체 세원(稅源)을 마련하라”는 지침을 내린 바 있는 기획예산처는 ‘2003년 균형재정 달성’에 부담이 되지 않을까 ‘속앓이’를 하고 있다.
▽증시와 건설에 감세대책 집중〓정부의 ‘세금당근’ 정책은 주로 주식시장과 건설부문에 몰려 있다.
4월에 고쳐진 조세특례제한법의 뼈대는 꺼져가는 주식시장의 불씨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연기금과 장기투자자에게 세금혜택을 준 것. 이번 임시국회 법 개정안에는 주택건설 경기를 살리기 위해 갖가지 감세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23일 정부와 민주당이 발표한 양도소득세 면제와 취득세 및 등록세 감면 조치안도 같은 맥락이다. 건교부는 5월 23일부터 2002년 말까지 전용면적 85㎡(25.7평) 이하 신규주택을 계약하면 양도세를 전부 면제해주고 2002년 말까지 취득세와 등록세를 25% 깎아주기로 했다. 주택사업자에 대해서도 전용면적 18∼25.7평의 새 주택에 한해 2002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취득세와 등록세를 50% 깎아준다.
건교부 관계자는 “신규주택 수요를 늘려 건설경기를 살려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소비자 실질소득이 줄고 구매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이런 세제혜택은 결국 여윳돈이 있는 투자자와 일부 건설업체에 특혜를 주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4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조세특례제한법에도 세금혜택 내용이 많이 들어 있다. 연기금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법인세와 증권거래세를 면제해주고 개인 장기투자자에겐 배당소득에 대한 소득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 증권시장 체질을 바꾸는 근본대책이라기보다 당장 약발이 먹히는 세금정책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대한 감세대책과 고위험고수익 채권펀드의 이자소득과 배당소득에 대해 소득세와 농특세를 물리지 않기로 한 것도 세금을 동원한 상품설계라는 측면에서 근본 한계가 있다는 평가다.
이런 와중에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은 최근 중소벤처기업인과 가진 간담회에서 중소 벤처기업을 위한 세제 금융지원 방안을 곧 확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최근에는 수도권 중소기업이 전자상거래 설비에 투자할 때 투자금액의 5%를 소득세나 법인세에서 공제 받도록 했다.
▽기획예산처,‘대체 세원 찾아라’ 요구〓기획예산처는 각종 감세정책에 기본적으로는 부정적 입장이다. 예산처는 각 부처가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조세를 감면하는 법률을 낼 경우 반드시 다른 세원을 찾거나 기존 세출사업을 줄일 것을 권유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크게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한정기(韓廷基) 재경부 세제총괄심의관은 “감세정책은 일부 형평성 시비가 있을 수 있지만 경기를 살리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 안에서 선별 집행하는 것”이라며 “선심성 정책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린벨트 해제 등 선심성 건설정책도〓건설교통부가 7일 발표한 ‘그린벨트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개정안’도 대표적인 선심성 정책에 속한다.
건교부는 그린벨트의 취락지구 지정기준을 현행 ㏊당 15∼25가구에서 10∼20가구로 완화했다. 취락지구로 지정되면 주택을 신축할 때 건폐율(부지면적 대비 건물 1층 바닥면적)이 20%에서 40%로 확대 적용되고, 거주기간에 따라 차등 적용되던 증개축 면적도 기간에 관계없이 300㎡(90평)까지 가능해진다. 또 11종으로 제한됐던 건축물 용도 변경 범위도 단란주점이나 안마시술소 등을 제외한 건축법상 1, 2종 근린생활시설 29종과 세차장 병원 등 34종으로 넓어진다. 공공시설을 그린벨트에 지을 때 부담해야 할 훼손부담금을 현행 50∼100%에서 20%로 대폭 낮추고 그린벨트에 지을 수 있는 버스터미널을 시내버스용 이외에 마을버스 시외버스 농어촌버스용 등으로 넓히기로 했다.
이처럼 규제가 풀리면 그린벨트 개발압력은 커질 수밖에 없다. 건교부 관계자조차 “이번 조치로 그린벨트의 난개발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당초 그린벨트 재조정 방안이 민원 등으로 자꾸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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