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준호라고 합니다.”
“아, 예. 잘 뛰시던데요.”
프로야구 현대의 투수 전준호(26)는 이런 해프닝을 한두번 겪는 게 아니다. ‘전준호’라고 인사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 톱타자로 나서는 타자 전준호를 기억한다. 투수 전준호는 “그럴 때마다 일일이 설명할 수도 없고 서운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올해 야구팬은 더 이상 투수 전준호를 다른 사람으로 착각하지 않는다. 선두팀 현대 마운드를 이끌고 있는 기둥 투수로 성장했기 때문이다.
시즌 성적 6승2패에 평균 자책 4.21. 6승은 다승 2위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외국인 투수 테일러와 함께 팀내 최다승이다. 지난해까지 6년간 통산 성적이 7승9패. 그동안 패전 처리나 중간 계투가 주 임무였던 전준호는 이제 확실한 선발투수 중 한 명으로 자리잡았다.
그는 94년 입단할 때만 해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연습생 출신이다. 동산고를 졸업하고 태평양(현 현대) 유니폼을 입은 뒤 그가 받은 연봉은 겨우 600만원. 쥐꼬리만한 연봉이었지만 그에겐 ‘프로야구선수’라는 자부심이 있었다. “성적보다 1군 무대에서 뛰는 게 그냥 즐거웠죠.”
96년 선발 요원으로 6승6패의 성적을 남긴 전준호는 군복무로 2년간의 공백기간을 가진 뒤 지난해부터 다시 현대 마운드로 복귀했다. 시즌 29경기에 나갔지만 워낙 두터운 투수진에 밀려 주로 패전 처리가 그의 몫으로 떨어졌다.
전준호는 올시즌 미국 스프링캠프에서 김시진 투수코치의 지도 아래 새로운 투수로 다시 태어났다. 예전에는 직구 하나로 밀어붙이는 스타일이었지만 올해부턴 슬라이더와 싱커 포크볼 등 변화구를 장착한데다 컨트롤까지 겸비해 완전히 다른 투수가 됐다.
“이거 던지라고 하면 이거 던지고, 저거 던지라고 하면 저거 던지는 게 패전처리 투수의 일이죠. 투수가 자기 의도대로 공을 던질 여지가 전혀 없어요. 지금은 제가 던지고 싶은 공을 마음껏 뿌릴 수가 있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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