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자도 패자도 모래판에 누워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모래판에 쏟아부은 땀방울만큼이나 기쁨도, 아쉬움도 컸다.
15일 광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01 광양장사씨름대회 백두장사 결정전.
‘골리앗’ 김영현(LG투자증권)이 네번째판까지 무승부를 거듭한 끝에 마지막 판에서 극적으로 ‘모패판의 황태자’ 이태현(현대중공업)을 누르고 백두장사에 올랐다.
이로써 김영현은 보령대회 백두장사, 거제대회 지역장사에 이어 3개 대회 연속 타이틀을 차지했다. 반면 이태현은 올 시즌 준우승만 3번째 차지하는 불운을 이어갔다.
김영현은 이날 준결승에서 고향 팬의 열렬한 응원을 등에 업은 ‘호남 씨름의 기수’ 백승일(LG)을 2-0으로 눌렀고 이태현도 ‘들소’ 김경수(LG)를 역시 2-0으로 꺾었다.
현역 선수중 가장 많은 지역장사 타이틀을 차지한 이태현(11회)과 그 뒤를 바짝 쫓는 김영현(9회). 자타가 공인하는 모래판의 라이벌이지만 이들이 결승전에서 맞붙은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었다.
라이벌답게 샅바를 맞잡은 순간부터 팽팽한 신경전이 펼쳐졌고 두 선수 모두 좀처럼 기술을 걸지 못한 채 첫판의 제한 시간 2분을 넘기도록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이후 경기 시간을 넘긴 무승부는 3판이 더 이어졌다.
단판으로 승부가 결정되는 마지막 5번째 판. 이태현은 김영현에게 안다리 기술을 걸며 파고들었고, 김영현은 장기인 밀어치기로 맞섰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던 승부는 이태현이 중심을 먼저 잃고 모래판에 손을 짚으며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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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장사순위〓①김영현(LG)②이태현(현대)③김경수(LG)④백승일(LG)⑤김동욱(현대)⑥염원준(LG)⑦박성기(상비군)⑧김봉구(신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