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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뜨겁다/NLL의 실체와 北의 속셈]유엔군이 단독 설정…北은 인정안해

입력 | 2001-06-15 18:37:00


“북방한계선(NLL) 동해 35마일 지점은 ‘침범’인데, 82마일 지점은 ‘통과’냐.”

북한 상선의 NLL 월선을 구분하는 군(軍)의 기준을 둘러싸고 일고 있는 의문이다. NLL은 서쪽으로 42.5마일(약 80㎞·1해상마일은 1.852㎞), 동쪽으로 218마일(약 400㎞)까지 뻗어있다. 하지만 군은 NLL 월선 위치(해안으로부터의 거리)에 따라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

▽NLL이 뭐기에…〓NLL은 정전협정 체결 직후인 53년 8월 유엔군사령관이 선포했다. 정전협정에서는 육상분계선만 설정됐다. 당시엔 해군력이 우세한 유엔군이 전 북한해상을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북한 선박의 남하를 막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남한 선박의 북상을 막으려는 취지였다. 이후 북한도 NLL을 준수해 남북간 해상군사분계선 기능을 해 왔다. 북측은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에서도 사실상 NLL을 인정했다.

문제는 NLL이 동서로 너무 멀리 뻗어 있어 해군 작전 능력으로 이를 모두 방어하는 게 사실상 무리라는 점. 군 관계자는 “해안에서 보이는 수평선이 대략 10마일인데 레이더탐지도 안 되는 ‘218마일 사수’는 쉽지 않다”고 털어놓았다.

물론 군은 북한 군함에 대해선 NLL 전구역에 걸쳐 철저히 대응하고 있다. 군함이 NLL구역(서쪽으로 42.5마일, 동쪽으로 218마일) 어느 곳을 넘더라도 ‘침범’으로 간주하고 대응하고 있다.

다만 비무장 상선의 경우 군은 NLL을 ‘접적(接敵) 수역’과 ‘공해 해역’으로 구분해 대응하고 있다. 즉 접적 수역을 넘는 상선은 ‘침범’이고 접적 수역이 아닌 공해 해역을 넘는 상선은 그 지점이 NLL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침범’으로 보지 않고 ‘통과’로 보고 있는 것. 접적 수역의 범위는 군사기밀인 데다 국제법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있어 공표하지 않고 있으나 대략 서해 24마일, 동해 50마일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기준에 따라 군은 4일 서해 백령도 안쪽 NLL을 넘어 해주항으로 간 청진2호와 13일 동해 NLL 35마일 지점을 넘은 남포2호만 ‘침범’으로 규정하고 접적 수역 바깥을 넘은 다른 상선은 ‘통과’로 보았다.

▽북, “NLL 인정못해!”〓북한이 NLL을 문제삼고 나온 것은 73년 12월 서해 5도를 멋대로 북측 수역에 포함시킨 영해법을 선포하면서부터. 북한은 이후 NLL 침범을 일삼아 왔고 99년 6월에는 남한 해군과 충돌해 이른바 연평해전을 치르기도 했다.

이후에도 북한은 “서해 NLL은 무효”라며 북측 수역에 포함시킨 우리의 서해 5도로 남측 선박이 가려면 지정된 2개 수로만을 이용하라는 요지의 ‘서해 5도 통항질서’를 지난해 3월선포하기도 했다.

북한은 동해 50마일까지를 군사경계수역으로 설정하고 외국 군용선박과 군용항공기의 활동을 금지하고 민간선박과 민간항공기는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국제법 위반이다.

최근 북한상선들이 잇달아 NLL을 넘나드는 것도 그동안 계속된 ‘NLL 무력화’ 시도의 연장선상에서 남측의 군사대응태세를 탐색하려는 의도라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하지만 군으로선 이에 군사적 대응을 하기 어려운 형편. 공해건 영해건 군함이 민간 상선에 발포했다간 국제적으로 비난받기 때문이다.

합참 관계자는 “우리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인데, 독일이 U보트로 민간상선을 공격했던 2차 세계대전 때나 있을 법한 일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폭이 좁은 대한해협은 국제해협인데, 그보다 넓은 제주해협은 왜 영해일까.

한반도와 일본 쓰시마(對馬)섬간의 대한해협은 최단거리가 23.5마일이다. 한일 양국이 각각 12마일 영해기준을 적용할 수 없어 3마일씩만 정했다. 이로써 대한해협 중간의 17.5마일은 공해(公海)로 설정돼 선박의 자유통항이 가능하다.

제주해협은 전남 해남에서 제주 북단까지가 47마일이다. 남해안과 제주도 사이의 여서도 장수도 절명서 등을 동서로 잇는 직선기선(基線)을 그어 제주해협을 우리 영해에 포함시켰다. 즉 남해안과 이들 섬, 그리고 제주도를 징검다리식으로 연결해 우리의 내해(內海)로 만든 것. 그런 만큼 제주해협에는 공해가 없다.

그러나 이들 섬과 제주도 사이의 거리가 영해기준인 12마일보다 먼 곳도 있어 국제적으로 논란의 소지가 없지 않다. 국제법적으론 제주해협을 국제해협으로 봐야 한다는 견해가 오히려 우세하다. 북한상선이 제주해협을 국제해협이라고 우긴 것도 이같은 논란의 소지를 이용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klim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