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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직기자의 식탐클럽]평양 옥류관-청류관

입력 | 2001-06-15 18:37:00

청류관 '돼지고기전골'


◇'냉면' '돼지고기전골' 일품

맵고 짠 음식은 거의 없어

옥류관과 청류관은 평양이 자랑하는 대표적인 ‘라이벌’ 식당이다. 각각 대동강과 보통강 기슭에 있으며 대표메뉴도 냉면과 민속정식으로 나뉜다.

김치도 배추맛에 먹을 정도로 맵고 짠 음식이 적은 것이 특징. 이 때문에 ‘조미료를 안 넣는다’고 착각하는 사람도 많지만 실상은 감미료를 많이 넣어 음식의 간이 대부분 달착지근하게 돼 있다.

옥류관에 조금 더 높은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창 밖으로 바로 맞닿은 대동강이 한눈에 들어오는 조망 덕분이다. 메밀면에 김치, 오이, 돼지고기, 빨간무, 계란 반쪽을 닭, 꿩고기 육수 위에 차례로 얹은 ‘냉면’, 닭고기 살점을 썰어넣고 당면을 사용한 ‘쟁반냉면’ 두 가지가 있다. 면은 남한보다 1.5배쯤 굵다. 끊어주지 않지만 입으로 끊어먹기에 과히 질기지 않다. 얼음도 요청 없이는 넣어 주지 않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면 미지근한 냉면을 먹게 된다.

남한의 냉면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면과 육수의 색도 고동색이 아닌 황토색이다. 육수는 닭고기 냄새가 진하게 풍겨 마치 삼계탕 국물을 차게 한 느낌이다. 첫 맛은 별 느낌이 없지만 숟가락을 놓을 때쯤이면 고소한 여운이 계속 위속을 파고든다. 밑반찬으로는 청포깨장무침, 닭날개빵가루튀김, 녹두지짐이, 후식으로는 레몬 아이스크림이 나온다.

청류관 ‘돼지고기전골’은 겉보기엔 아주 친숙한 메뉴다. 육수가 끓으면 돼지고기, 두부, 당근, 배추, 감자, 파, 만두를 차례로 넣고 다시 끓어오르면 소금, 후춧가루, 고춧가루, 맛내기(일종의 조미료)를 취향에 맞게 뿌리고 생계란을 넣어 직접 조리하는 방식이다. 알코올램프를 이용해 가열하는 게 독특한데, 접대원이 돌아다니며 불을 꺼준다. 광어초침,청포묵오이초침 등 식초를 이용한 밑반찬이 푸짐해 메인 메뉴 수준이다. 햄버그스테이크는 남한의 대학 구내식당에서 나오는 맛과 흡사하다.

어느 식당이든 ‘딸기단물’, ‘배 사이다’ 등은 당분 함유량이 높아 많이 마시지 않는 것이 좋다. 대신 ‘용성맥주’ ‘봉학맥주’는 컬컬하지 않아 목에서 잘 넘어가고 보리 향도 은은하게 스며 웬만한 와인 못지 않다. ‘접대원 동무’들의 서비스가 비교적 느리기 때문에 ‘∼해주세요’ 보다는 ‘∼하자요’ 라고 말하는 게 더 효과적이다.

평양에서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