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통상부가 정부부처 중 처음으로 7월1일부터 직위공모제, 적격심사제 등 능력별 완전경쟁을 도입한 새 인사제도의 시행을 앞두고 과도기적 인사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기존 제도가 마지막으로 적용되는 8월 정기인사를 앞두고 외교부 전체가 인사 민원에 휩싸인 듯한 분위기다.
요즘 외교부에서는 일과시간에 과장급 중간간부가 인사대상자인 소속사무관의 손을 잡고 고위당국자의 방을 찾는 모습이 종종 눈에 띈다. 한 사무관은 “‘민원’이 통하는 마지막 인사인 만큼 다들 열심히 ‘뛰기’ 때문에 혼자 가만히 있는 게 불안하다”고 말했다.
아프리카, 중동, 중남미 지역국 등의 과장들은 “초임사무관이 벌써부터 경력관리를 신경 써 우리 같은 비인기 부서에 배치되면 다른 데로 도망갈 궁리만 한다”고 하소연했다.
유관 부서 근무경력(40%), 인사평정(40%), 외국어능력(20%)을 평가받는 ‘보직 공모제’가 내년 2월부터 실시되기 때문에 사무관들조차 이를 크게 의식하고 있다는 것. 올해 해외연수(2년)를 마치고 귀국한 사무관 30여명 중 무려 60%가 전문성을 쌓기에 좋은 유엔,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간 외교 업무를 지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처럼 인기부서에 지원자가 편중되다 보니 본인 희망대로 배치되기 어렵고 그러면 인사 불만을 갖게 되는 ‘악순환’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과장급 중간간부 이상에서도 이와 비슷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8월 정기인사에서 과장직위를 희망하는 사람은 26명이지만 과장자리를 비우겠다는 사람은 4명에 불과하다.
새 제도가 시행되면 선후배 동료 할 것 없이 모두 경쟁자이기 때문에 과거처럼 ‘형님 먼저, 아우 먼저’하는 식의 미덕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최근 불거진 ‘탄토탄요격미사일(ABM) 제한조약 문책’ 논란도 새로운 제도 시행 전에 ‘한자리’를 확보하려는 좋지 않은 의도에서 비롯됐다고 보고 있다.
한 서기관은 “외교부 인사는 ‘음지’냐 ‘양지’냐에 따라 온 가족의 운명이 좌우되기 때문에 원래 요란하지만 ‘ABM 문책 파문’처럼 내부 허물을 인사에 이용한다는데 대해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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