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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장관직 걸겠다더니

입력 | 2001-06-15 18:41:00


13일에 이어 14일 밤에도 북한 선박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달 들어 벌써 7번째다.

김동신(金東信) 국방부장관은 일주일 전 국회에서 “앞으로 북한 상선의 영해나 NLL 침범이 발생할 경우 직책을 걸고 무력사용 등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13일 밤 북한 상선 남포2호의 NLL 유린은 김 장관의 말을 허언(虛言)으로 만들어버렸다.

김 장관은 14일에도 “(북한 배가) 또 영해를 침범하면 경고 사격할 방침”이라고 했지만 이 역시 같은 날 밤 북한 화물선 남포호의 NLL 침범으로 빈소리가 되고 말았다. 국방장관의 연이은 허언은 군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국민의 안보 불신감을 높일 뿐이다.

남포2호가 13일 밤부터 동해 NLL 남쪽 5마일 선을 따라 20시간이나 항해한 것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남포2호가 우리 해군의 통신검색에 즉각 응답했고 △동쪽 방향으로 항로를 수정해 NLL 끝지점(218마일)까지 가서 남하했다는 점 등을 들어 우리 군의 요구에 ‘순응’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애당초 김 장관의 약속대로라면 우리 해군은 이 배를 NLL 북쪽으로 밀어냈어야 했다.

더욱이 남포2호가 NLL을 침범한 지역은 강원 저진항 동쪽 35마일 지점이다. 국방부는 ‘우리 해군의 작전능력과 북한군의 활동 등을 고려하여 (NLL을) 남북의 해군 함정이 대치하는 접적(接敵) 수역과 기타 공해상의 해역으로 구분’하고 있다고 했는데, 동쪽 35마일 지점은 바로 그 ‘접적 수역’에 해당된다. 우리 군은 민감한 접적 수역을 ‘침범’한 북한 배를 우리측 요구에 ‘순응’했다며 방치한 셈이다.

일부 학자들은 NLL이 국제법상 아무 근거가 없고 유엔군사령부가 임의로 그은 선이므로 북한 선박의 NLL 통과는 단순한 ‘월선’(越線)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NLL은 지난 40여년간 남북의 실질적인 해상경계선 역할을 해온 선이다. 그동안 우리 군이 목숨을 걸고 지켜 온 NLL을 스스로 포기하는 듯한 우리 정부의 자세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남북간 ‘밀약’이 있었지 않느냐는 의문이 계속 제기되는 것이다.

남북관계가 다소 개선되더라도 안보에 대한 확실한 보장이 있기 전까지는 지킬 건 분명히 지켜야 한다. 햇볕정책은 햇볕정책이고 안보는 안보다.